작년 봄, 회사를 그만두기 전
작년 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15년 다닌 직장이었고, 퇴직금은 약 8,500만 원이 나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퇴직 전 인사팀에서 한 가지 물어봤다. “IRP 계좌에 있는 돈 중도인출할 생각 있으세요?” 그때까지 나는 IRP에 약 2,800만 원이 쌓여 있다는 것도 제대로 몰랐다.
세금이 얼마나 떨어질지, 언제부터 인출할 수 있는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연금 중도인출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같은 조건이라도 인출 시점, 계좌 종류, 나이에 따라 세금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본다.
중도인출이 가능한 경우와 불가능한 경우
먼저 명확하게 하자면, 모든 연금을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퇴직연금(DB, DC)은 퇴직할 때 인출 가능하지만, 개인연금(연금저축, 연금보험)은 원칙적으로 55세 이전에는 인출할 수 없다.
내 경우 IRP 계좌였다. IRP는 퇴직연금을 옮겨 담는 통로인데, 퇴직 후 언제든 인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다만 세금이 문제다. 퇴직 직후 바로 인출하면 퇴직소득세가 나온다. 이건 생각보다 컸다.
나는 퇴직 후 3개월 뒤에 IRP의 절반인 1,400만 원을 인출했다. 그때 세금으로 약 210만 원이 떨어져나갔다. 처음엔 “세금이 이렇게 많이 나가?”라고 깜짝 놀랐다.
퇴직소득세 계산, 직접 해본 결과
퇴직소득세는 인출액에 따라 누진세로 계산된다. 국세청 홈페이지에 계산기가 있지만, 직접 계산해보면 더 명확해진다.
내가 인출한 1,400만 원에 대해 세금이 210만 원이 나온 이유는 이렇다. 먼저 퇴직소득공제가 있다. 근속연수 15년이었으므로 기본공제 1,500만 원에서 추가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그 결과 과세 대상 금액은 약 1,100만 원이 됐다. 여기에 세율 6~40%가 적용되는데, 내 경우 약 15% 구간이었다.
중요한 건 한 번에 많이 인출할수록 세율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같은 2,800만 원을 인출하더라도, 한 번에 하면 세금이 약 450만 원, 나눠서 하면 300만 원대가 된다. 약 150만 원의 차이가 난다.
연금저축과 개인연금보험은 다르다
퇴직연금이 없고 개인적으로 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에만 가입한 사람들은 상황이 더 제한적이다. 55세 이전에는 원칙적으로 인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가 있다.
천재지변, 질병으로 인한 치료비, 실직 등의 사유가 있으면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고 실직 상태에서 연금저축 일부를 인출한 경우가 있다. 인출액은 약 600만 원이었고, 세금으로 약 90만 원이 떨어졌다. 퇴직연금과 달리 소득세 + 주민세 + 3% 가산세까지 합쳐진다.
가장 중요한 건 인출한 금액을 다시 돌려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은 인출 후에도 IRP에 다시 입금할 수 있지만, 개인연금은 그렇지 않다. 한 번 빠진 돈은 영구적으로 노후자금이 줄어든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수급액에 미치는 영향
연금 중도인출을 고민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수급액에 미치는 영향이다.
기초연금은 소득 기준이 있다. 2026년 기준으로 단독가구는 월 213만 원 이하여야 한다. 만약 중도인출로 일시적으로 소득이 높아지면, 그 해의 기초연금 수급 자격이 떨어질 수 있다. 내가 인출한 1,400만 원은 그 해의 소득으로 잡혔고, 기초연금 심사 때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중도인출로 받은 돈이 그 해 소득에 포함되면, 국민연금 수급액 계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60대 초반에 국민연금을 받으면서 추가 소득이 있을 때는 더 신경 써야 한다.
인출 타이밍, 세금 계산해서 결정하기
결국 중도인출을 할 때는 세금 계산이 핵심이다. 나는 퇴직 후 3개월을 기다렸다. 그 이유는 퇴직소득세 계산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퇴직금을 받은 해에 모든 인출을 하면 누진세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 퇴직했다면, 내년에 일부를 인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세금을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IRP의 경우 퇴직 후 5년 이내에 인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금 전환되므로, 그 기한은 꼭 확인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인출액이다. 한 번에 1,000만 원을 인출할 때와 500만 원씩 두 번에 나눠 인출할 때 세금이 다르다. 국세청 계산기로 여러 시나리오를 미리 계산해보는 게 좋다.
직장 그만두기 전, 꼭 확인할 것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하면, 퇴직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은 이렇다.
첫째,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구분하자. 퇴직연금(DB, DC, IRP)은 퇴직할 때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지만, 개인연금(연금저축, 연금보험)은 55세 이전에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만 인출 가능하다.
둘째, 세금을 미리 계산하자. 같은 금액이라도 인출 시점과 방법에 따라 세금이 5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 달라질 수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의 퇴직소득세 계산기를 반드시 써보자.
셋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수급 자격을 확인하자. 중도인출로 받은 돈이 그 해 소득에 포함되면, 기초연금 심사나 국민연금 수급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째, 인출 기한을 확인하자. IRP는 퇴직 후 5년 이내에 인출해야 하고, 개인연금은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인출 가능하다.
다섯째, 한 번에 다 인출하지 말자. 나눠서 인출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나는 2,800만 원을 1년에 걸쳐 두 번에 나눠 인출했고, 그 덕분에 약 100만 원을 절약했다.
여섯째, 세무사 상담을 고려하자. 개인의 상황이 복잡하면 전문가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 나는 인출 전에 세무사와 30분 상담을 했고, 그때 받은 조언이 훨씬 큰 절약으로 이어졌다.
일곱째, 인출 후 자금 관리 계획을 세우자. 중도인출은 노후자금을 줄이는 것이다. 그 돈을 어디에 쓸지, 어떻게 운용할지 미리 계획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퇴직 후 1년이 지났다. 중도인출한 1,400만 원은 생활비와 의료비로 썼다. 남은 1,400만 원은 IRP에 그대로 두고 있다. 언제 인출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60세까지 기다릴지, 아니면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인출할지.
확실한 건, 연금 중도인출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금도 많이 떨어지고, 노후자금도 줄어든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돈이 있다면, 미리 계산하고 계획해서 인출하는 게 현명하다. 무작정 기다리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