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얘기를 처음 꺼냈던 날, 그때 몰랐던 것들

점심 자리에서 처음 들은 말

2026년 초, 회사 근처 국밥집에서 선배와 밥을 먹다가 처음으로 연금 얘기가 나왔습니다. 선배가 IRP 계좌에 매달 약 30만 원씩 넣고 있다고 했고, 저는 그게 뭔지 잘 몰라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집에 와서 검색을 해봤는데, 개인형퇴직연금이라는 설명만 나오고 왜 해야 하는지는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그냥 덮었습니다.

coins and coins in clear glass jar
Photo by Miles Burke / unsplash

몇 달 뒤에 연말정산 환급액이 생각보다 훨씬 적게 나왔습니다. 알고 보니 IRP나 연금저축에 납입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저는 아무것도 가입하지 않았던 겁니다. 총급여 기준으로 약 5,500만 원 이하라면 납입액의 약 약 16%까지 공제가 되는 구조인데, 그걸 그냥 날린 셈이었습니다. 머리가 멍했습니다.

노후 준비를 ‘나중 일’로 미루는 이유

노후 준비를 미루는 데는 몇 가지 공통된 패턴이 있습니다. 가장 흔한 건 ‘지금 당장 생활비도 빠듯한데 연금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월 10만 원이라도 20대 중반에 시작한 사람과 40대에 시작한 사람 사이의 누적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연 수익률 약 4%를 가정했을 때, 25세부터 40년간 매달 10만 원을 넣으면 원금만 4,800만 원인데 이자를 합치면 약 1억 1,000만 원 수준이 됩니다. 35세부터 30년이면 같은 수익률에서 약 6,900만 원 정도에 그칩니다.

두 번째 이유는 국민연금이 있으니 괜찮다는 막연한 믿음입니다. 국민연금은 분명히 중요한 기반이지만, 2026년 현재 평균 수령액이 월 약 65만 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독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여기에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수령 기간이 20년을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 긴 시간을 65만 원으로 버티는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연금저축과 IRP, 어느 쪽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막히는 부분이 연금저축펀드와 IRP 중 어디서 시작하느냐입니다. 둘 다 세액공제 혜택이 있고,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저율 과세(약 3.3~약 5%)가 적용됩니다.

차이는 납입 한도와 운용 방식에 있습니다. 연금저축은 연간 약 600만 원까지 세액공제 대상이고, IRP는 연금저축 포함해서 약 900만 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두 계좌를 함께 활용하면 공제 한도를 최대로 쓸 수 있습니다.

운용 측면에서는 연금저축펀드가 투자 선택 폭이 조금 더 넓고, IRP는 안전자산 의무 비율(약 30%)이 있어서 공격적인 운용에는 제약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연금저축펀드에 먼저 소액으로 가입해서 ETF 한두 개를 담아보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저는 월 15만 원부터 시작했고, 처음 3개월은 잔액이 거의 안 늘어서 의미 없는 것 같았지만 1년이 지나니 습관이 됐습니다.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하나

노후 준비를 ‘언젠가 해야 할 큰일’로 생각하면 계속 미뤄집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내 예상 수령액을 조회해보는 것, 증권사 앱에서 연금저축 계좌 개설 화면까지 눌러보는 것, 이 두 가지만 해도 오늘 할 일은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완벽한 계획이 아닙니다. 월 5만 원짜리 계좌라도 열어두면 그게 시작점이 됩니다. 저도 처음 개설할 때 얼마를 넣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5만 원을 입금했습니다. 그 5만 원이 없었으면 지금도 국밥집에서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을 겁니다. 연금과 노후 준비는 완벽하게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일단 시작하는 것 자체가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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