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계산기 처음 돌려봤을 때 느꼈던 당혹감

숫자를 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2026년 초, 설 연휴가 끝나고 사무실로 복귀하던 날이었습니다. 점심을 혼자 먹으면서 별 생각 없이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상 수령액을 처음으로 조회해봤습니다.

silver and gold round coins
Photo by Angie J / unsplash

지금까지 낸 보험료 기준으로 계산된 월 수령 예상액이 화면에 떴는데, 숫자가 약 87만 원이었습니다. 밥을 먹다가 잠깐 멈췄습니다.

머리가 멍했다기보다는, ‘이게 맞나?’ 하는 생각에 화면을 두 번 다시 확인했습니다. 15년 넘게 납부했는데 그 결과가 월 87만 원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노후 준비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국민연금만 믿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연금과 노후 준비는 막연히 ‘나중에 알아봐야지’로 미뤄두기 쉬운 주제인데, 실제 숫자를 한 번 직접 확인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국민연금 하나로는 왜 부족한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인 가구 기준 월 최소 생활비로 약 230만 원 안팎이 거론됩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10년 후에는 이 금액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월 60만~90만 원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입 기간이 짧거나 소득이 낮았던 분들은 이보다 더 적게 받기도 합니다.

단순 계산만 해봐도 월 130만~170만 원 정도의 공백이 생깁니다.

이 공백을 채우는 방법이 결국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입니다. 연금저축계좌(연금저축펀드 또는 연금저축보험)와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합산해서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총급여 5,500만 원 이하 기준으로 세액공제율이 약 16%이기 때문에, 900만 원을 꽉 채우면 약 148만 원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 세금 혜택 자체가 연간 수익률 10% 이상에 해당하는 효과를 냅니다.

단, 세액공제만 보고 무작정 납입액을 늘리면 나중에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과 IRP는 55세 이전에 해지하면 기타소득세 약 16%가 붙습니다. 당장 쓸 돈이 묶이지 않을 범위 내에서 납입액을 정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퇴직연금 운용, 방치하면 손해입니다

많은 직장인이 퇴직연금을 회사가 알아서 굴려주는 돈 정도로 여기고 넘어갑니다. 그런데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본인이 직접 운용 지시를 내려야 합니다.

아무 지시도 하지 않으면 대부분 원리금 보장 상품에 자동으로 편입되는데, 연 이율이 약 2~3%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30년 운용 기간을 놓고 보면 2%와 5%의 차이는 원금의 두 배 이상으로 벌어집니다.

DB형(확정급여형)이라면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건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IRP 계좌를 별도로 만들어서 추가 납입을 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직접 투자까지 가능합니다.

IRP 내에서는 ETF, 채권형 펀드, TDF(타깃데이트펀드) 등을 담을 수 있습니다. 위험자산 비중은 최대 70%까지만 허용되기 때문에, 주식 100% 포트폴리오는 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노후 준비를 시작할 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들

연금 준비를 ‘언제 시작하느냐’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듭니다. 월 30만 원을 30세부터 납입하면 65세까지 약 35년간 원금만 1억 2,600만 원입니다.

같은 금액을 45세부터 시작하면 원금이 7,20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수익률이 붙는 구간이 짧아지니 복리 효과도 그만큼 약해집니다.

늦게 시작할수록 월 납입액을 더 늘려야 같은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노후 준비에서 자주 빠뜨리는 항목이 의료비입니다. 60세 이후에는 만성질환 관리나 입원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금 수령액 외에 별도의 긴급 자금을 유동성 있는 형태로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가들은 통상 생활비의 6개월~1년치 정도를 현금성 자산으로 유지하도록 권합니다.

연금과 노후 준비는 한 번 설계하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소득이 바뀌거나, 세법이 개정되거나, 가족 상황이 달라지면 납입 구조를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2026년 현재 기준으로도 연금저축과 IRP 관련 세제는 몇 차례 변경된 상태입니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본인 계좌의 납입 현황과 운용 수익률을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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