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좋은 펀드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작년 가을 변액연금 가입을 생각하고 펀드 목록을 펼쳤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이 수익률 정렬이었습니다. 지난 3년간 연 8% 이상 수익을 낸 펀드들이 눈에 띄었고, 그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펀드를 선택하려다가 멈췄습니다. 같은 기간 수익률이 3%대인 펀드와 비교해보니 변동성이 3배 이상 컸거든요.

변액연금은 펀드 수익에 따라 받을 연금액이 결정되는 상품입니다. 높은 수익률만 추구하다가 낙폭이 크면 은퇴 직전 자산이 급락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게 변액연금 펀드 선택에서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펀드 선택 전에 확인해야 할 3가지
변액연금 펀드를 고를 때 봐야 할 지표들이 있습니다. 수익률보다 먼저 체크해야 할 것들입니다.
첫째, 변동성(표준편차)을 본다는 것입니다. 같은 5% 수익률이어도 펀드마다 변동성은 다릅니다.
어떤 펀드는 꾸준히 5%를 올렸고, 어떤 펀드는 15% 올랐다가 10% 떨어진 결과가 5%일 수 있습니다. 은퇴를 5년 앞두고 있다면 변동성이 작은 펀드가 훨씬 안전합니다.
2026년 기준으로 대부분의 증권사 펀드 정보 페이지에서 지난 3년 표준편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펀드의 구성 자산을 본다는 뜻입니다. 국내 주식 비중이 80%인 펀드와 30%인 펀드는 같은 이름의 ‘성장형’ 펀드라도 움직임이 완전히 다릅니다. 펀드 설명서에 나와 있는 자산배분 비율을 확인하면 앞으로 어느 정도 변동성을 감수해야 하는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셋째, 펀드 수수료를 본다는 것입니다. 변액연금은 보험료에 포함된 펀드 운용 수수료를 매년 내게 됩니다. 같은 펀드라도 증권사마다 수수료가 다를 수 있고, 장기 가입할수록 누적된 수수료 차이가 큽니다. 연 약 0%와 약 0% 차이가 30년이면 약 10%의 누적 수익률 차이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펀드를 고를 때 해본 비교
변액연금 가입 전에 3개 펀드를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모두 ‘성장형’으로 분류되는 펀드들이었습니다.
A 펀드는 지난 3년 연평균 수익률이 약 7%였습니다. 국내 주식 75%, 해외 주식 20%, 채권 5% 구성이었고, 운용 수수료는 연 약 0%였습니다.
B 펀드는 수익률 (시점에 따라 다름)로 조금 낮았지만 변동성이 더 작았습니다. 국내 주식 50%, 해외 주식 35%, 채권 15%였고 수수료는 약 0%였습니다.
C 펀드는 수익률이 약 8%로 가장 높았지만 표준편차가 A 펀드의 1.5배였습니다.
처음에는 C 펀드가 끌렸습니다. 하지만 5년 뒤 은퇴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변동성이 큰 펀드를 고르면 위험했습니다. 결국 B 펀드를 선택했습니다. 수익률은 조금 낮지만 변동성이 작고, 수수료도 가장 낮았기 때문입니다.
펀드 선택 후 확인할 것
펀드를 고른 뒤에도 할 일이 있습니다. 변액연금은 가입 후에도 펀드를 바꿀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상품에서 연 2회 정도 무료로 펀드 변경이 가능합니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펀드 구성을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10년 이상 남았다면 성장형 펀드를 유지해도 괜찮지만, 5년 이내라면 안정형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이런 전략을 ‘글라이드 패스’라고 부르는데,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을 줄여나가는 방식입니다.
펀드를 자주 바꾸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시장 변동에 흔들려 자주 갈아타면 수익 기회를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은퇴 시점이 정해져 있다면 그 시점에 맞춰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합니다.
결국 무엇을 봐야 하는가
변액연금 펀드를 선택할 때는 최근 수익률 하나만 보지 마세요. 본인의 은퇴 시점, 감수할 수 있는 변동성, 수수료, 펀드 구성을 함께 봐야 합니다.
높은 수익률은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본인의 상황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가 됩니다. 펀드를 고르기 전에 본인이 언제 은퇴할 예정인지, 그때까지 얼마나 큰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