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자마자 연금부터 신청한 게 첫 단추였습니다
회사를 53세에 그만뒀습니다. 원래 계획은 55세였는데, 부서가 통째로 흔들리면서 2년 일찍 짐을 쌌습니다. 그때만 해도 마음이 급했습니다. 매달 들어오던 월급이 끊기니까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속도가 무섭게 느껴졌고,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연금이라고 이름 붙은 건 일단 다 꺼내자.

퇴직 다음 달, 동네 은행 PB창구에 앉아서 퇴직연금 IRP를 일시금으로 받겠다고 했습니다. 직원이 한 번 더 물었는데 저는 또박또박 그렇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날 저녁에 통장을 열어보니 숫자는 컸지만, 퇴직소득세로 빠져나간 금액이 1,200만 원이 넘었습니다. 머리가 멍했습니다.
연금으로 나눠 받았으면 세율이 30% 감면된다는 걸, 그 자리에서야 안내문 구석에서 읽었습니다.
조기노령연금, 한 번 신청하면 평생 깎인 채로 갑니다
두 번째 실수는 국민연금이었습니다. 저는 1년만 당겨 받을 생각이었는데, 공단에 가서 상담을 받다가 “지금 신청하면 5년 일찍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조기노령연금이라는 제도였습니다. 출생연도에 따라 다르지만 저 같은 경우 만 60세부터 받을 수 있었고, 매년 6%씩, 5년이면 30%가 평생 깎인 금액으로 고정된다고 했습니다.
당장 들어오는 돈이 필요했던 저는 1년만 당기는 것으로 신청했습니다. 6% 감액이면 월 8만 원 정도 차이니까 감당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한 번 신청하면 되돌리기가 까다롭습니다. 받기 시작한 뒤에 일정 소득이 다시 생기면 지급이 정지되기도 하고, 평생 깎인 금액이 그대로 따라옵니다.
지금 계산해보면 80세까지만 받아도 줄어든 금액이 2,000만 원에 가깝습니다. 한 달 8만 원이 평생이면 결코 작은 돈이 아니라는 걸, 그제야 종이에 적어보고 알았습니다.
연금저축은 또 다른 함정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연금저축펀드였습니다. 15년 가까이 부어둔 계좌가 있었는데, 퇴직금이랑 같이 일시금으로 빼면 큰 목돈이 된다고 생각해서 일부를 중도해지했습니다. 세액공제 받았던 원금이랑 운용수익에 약 16% 기타소득세가 붙는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게 분리과세가 아니라 종합과세에 합산되는 구간이 따로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해에 퇴직금 일부, 연금저축 해지금, 그리고 잠깐 일했던 프리랜서 수입이 겹쳤습니다. 다음 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서를 받아들고 한참을 들여다봤습니다.
추가로 낸 세금이 400만 원이 넘었습니다. 만약 연금저축을 그대로 두고 55세 이후에 연금 형태로 10년 이상 나눠 받았다면 세율이 3.3~약 5%로 끝났을 돈이었습니다.
1년만 더 기다렸으면, 이라는 말을 그해 내내 혼잣말로 했습니다.
되돌아보니 순서와 시점이 전부였습니다
지금 누가 조기퇴직을 했다고 하면, 저는 두 가지를 먼저 말합니다. 첫째, 퇴직연금은 IRP 계좌로 일단 옮겨두고 한두 달은 절대 건드리지 마세요. 일시금 수령은 언제든 할 수 있지만 연금 수령으로 바꾸는 건 시점이 정해져 있습니다. 만 55세 이후, 가입기간 5년 이상, 10년 이상 분할 수령이라는 조건을 채우면 퇴직소득세가 30~40% 줄어듭니다.
둘째, 국민연금 조기수령은 정말 마지막 카드로 두세요. 월 생활비가 정 안 풀리면 주택연금이나 단기 자산 정리부터 검토하는 게 낫습니다.
국민연금은 한 번 깎이면 평생입니다. 셋째, 연금저축과 IRP는 같은 해에 한꺼번에 손대지 마세요.
종합과세 구간을 넘기는 순간 절세 효과가 다 날아갑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다 어겨봤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조기퇴직 연금 수령은 빨리 받는 게 아니라, 늦지 않게 제대로 받는 게 핵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