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선택지를 줬을 때 그냥 넘겼던 이야기
2026년 초, 회사에서 퇴직연금 형태를 변경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사내 메일로 왔습니다. DB형에서 DC형으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솔직히 처음엔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러다 점심시간에 동료가 “나는 DC형으로 바꿨다”는 말을 꺼냈고, 그날 오후 퇴근 전에 처음으로 두 제도를 제대로 비교해봤습니다. 화면에 숫자들을 나란히 놓고 보니 머리가 멍했습니다.
10년 넘게 다니면서 한 번도 제대로 따져본 적이 없었다는 게 그제야 실감됐습니다.
DB형과 DC형은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DB형은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 퇴직금이 결정됩니다. DC형은 매년 회사가 연봉의 약 약 8%를 개인 계좌에 넣어주고, 그 돈을 본인이 직접 운용합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임금 상승률, 투자 수익률, 근속 기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DB형이 유리한 경우 vs DC형이 유리한 경우
DB형은 임금 상승 속도가 빠른 사람에게 유리합니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이 계산되기 때문에, 연봉이 꾸준히 오르는 구조라면 운용 수익률을 신경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퇴직금이 커집니다.
예를 들어 입사 초기 월 250만 원이던 급여가 퇴직 시점에 월 500만 원이 됐다면, DB형은 그 500만 원 기준으로 퇴직금 전체를 계산합니다. 근속 20년이라면 약 1억 원이 됩니다.
반면 DC형은 매년 적립되는 금액을 본인이 운용하는 구조입니다. 연봉이 크게 오르지 않거나 중간에 이직이 잦은 경우, 또는 투자에 관심이 있어서 연 4~5% 이상의 수익률을 꾸준히 낼 수 있다면 DC형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DC형 계좌에서 국내외 ETF에 분산 투자해 연평균 약 5% 수익률을 유지했다면, 20년 뒤 원금 대비 약 2.65배가 됩니다. DB형의 임금 상승률이 연 2~3%에 그친다면 DC형이 앞서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만 DC형은 원금 손실 가능성도 있습니다. 퇴직연금 계좌 안에서 원리금 보장 상품만 고르면 수익률이 연 2% 안팎에 머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운용을 방치하면 오히려 DB형보다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합니다.
세액공제와 IRP 연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DC형을 선택했다면 IRP(개인형 퇴직연금)와의 연계를 함께 고려하는 편이 낫습니다. 2026년 기준으로 연금저축과 IRP를 합산해 연간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라면 공제율이 약 16%로, 900만 원을 채웠을 때 약 148만 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총급여가 그 이상이라면 공제율은 약 13%로, 약 118만 8,000원이 됩니다.
DB형을 유지하더라도 IRP는 별도로 가입해 추가 납입할 수 있습니다. 퇴직금을 받을 때도 IRP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바로 내지 않고 연금 수령 시점까지 과세를 미룰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퇴직 시점의 세율 차이에 따라 실질 수령액이 꽤 달라지므로, 퇴직 예정 시점이 10년 이내라면 미리 시뮬레이션해보는 걸 권합니다.
노후 준비에서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가장 큰 축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DB형인지 DC형인지조차 모르고 수년을 보냅니다.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 때, 임금 상승 전망과 본인의 투자 성향을 먼저 솔직하게 따져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어느 쪽이 무조건 낫다는 정답은 없고, 본인의 커리어 흐름과 운용 의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