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IRP를 알아보던 날의 메모
작년 11월, 회사 근처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IRP 계좌를 알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IRP가 그저 퇴직금 받는 통장 정도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연말정산 환급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보겠다고 검색을 시작했는데, 증권사마다 수수료가 다르고 운용 가능한 상품도 달랐습니다. 종이 한 장에 표를 그려가며 비교하다가 한 시간이 훌쩍 지났고, 머리가 멍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IRP는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입니다. 연 1,800만 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그중 연금저축과 합산해서 최대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습니다.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면 약 16%, 그 이상이면 약 13%가 적용됩니다. 900만 원을 꽉 채워 넣으면 최대 약 148만 원이 환급되는 셈인데, 이 숫자 하나 때문에 가입을 결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은행·증권사·보험사, 숫자로 비교해본 결과
제가 직접 정리해본 표를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IRP를 취급하는 곳은 크게 세 곳입니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가 따로 붙는데, 합산하면 은행은 대략 연 0.3~약 0%, 보험사는 0.4~약 0% 수준입니다.
반면 주요 증권사들은 2026년 현재 기준으로 비대면 개설 시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이 대표적입니다.
수수료 약 0%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30년을 굴리면 차이가 큽니다. 매년 500만 원씩 납입하고 연 5% 수익률을 가정하면, 30년 뒤 누적 차이가 수천만 원 단위로 벌어집니다.
제가 엑셀에 직접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을 때, 수수료 0%와 약 0%의 30년 후 잔고 차이는 약 2,600만 원 정도였습니다. 머릿속으로만 굴리던 숫자를 눈으로 보고 나니 증권사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다만 증권사 IRP는 ETF나 펀드를 직접 골라야 합니다. 운용에 관심이 없거나 시간을 쓰기 어렵다면, 은행에서 예금형 상품 위주로 굴리는 게 더 마음 편할 수 있습니다. 저는 ETF로 굴리고 싶어서 증권사를 택했지만, 친구 한 명은 그냥 은행에서 정기예금으로만 운용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개설 절차와 알아두면 좋은 제한사항
실제 개설은 비대면 앱으로 15분이면 끝났습니다. 신분증과 본인 명의 입출금 계좌만 있으면 됩니다. 다만 IRP는 1인 1계좌 원칙입니다. 같은 금융사에서 두 개를 만들 수 없고, 다른 금융사로 옮기려면 이전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저는 처음에 은행에서 만들었다가 증권사로 옮긴 적이 있는데, 이전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약 2주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주의할 점은 중도 인출이 거의 막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6개월 이상 요양, 파산 같은 법정 사유가 아니면 일부 인출이 안 됩니다.
그냥 해지하면 그동안 받았던 세액공제 혜택을 토해내야 하고, 기타소득세 약 16%가 부과됩니다. 환급받은 148만 원이 그대로 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 운용수익까지 합쳐 세금이 매겨지니 실질 손실이 더 큽니다.
저도 가입 전에 이 부분이 가장 망설여졌습니다. 결국 IRP는 노후까지 묶어둘 돈만 넣는 통장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10년 이상 나눠 받으면 연금소득세 3.3~약 5%만 부과됩니다. 일시금으로 받을 때의 약 16%와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처음에는 이 세율 구조가 복잡해 보였지만, 결국 오래 가입하고 천천히 받을수록 유리하게 설계된 제도라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가입 전에 종이에 숫자를 한 번 적어보는 시간이 가장 의미 있었다고 지금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