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회사 인사팀에서 퇴직연금 운용사를 바꾼다는 공지를 받았다. 그 메일을 읽으면서 처음 생각한 게 “내 돈이 정말 여기 있나?”였다.
그 이후로 퇴직연금 계좌를 제대로 들여다봤고, 동시에 개인연금저축도 들어봤다. 둘 다 노후자금이라는 건 알겠는데, 차이가 뭔지,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헷갈렸다.
이번 글은 지난 6개월간 직접 관리하면서 느낀 두 연금의 실제 차이를 정리한 것이다.
퇴직연금이란 무엇인가
퇴직연금은 회사가 의무적으로 적립해주는 돈이다. 근로자 1명당 월 급여의 약 8% 정도를 회사가 연금 계좌에 넣어준다. 예를 들어 월급이 300만 원이면 매달 약 26만 원이 퇴직연금으로 쌓인다. 이건 내 급여에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회사가 추가로 주는 돈이다.

퇴직연금은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확정급여형(DB)으로, 회사가 정해진 금액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확정기여형(DC)으로, 회사가 정해진 금액을 입금하지만 수익은 본인이 운용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DC형을 채택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DC형이었다. 매달 26만 원이 들어오는데, 그걸 어디에 투자할지는 내 선택이다. 처음엔 안전자산(예금, 채권)에만 넣었는데, 지난 3월에 펀드로 일부를 옮겼다. 지금까지 수익률은 약 약 3% 정도다.
개인연금저축의 구조
개인연금저축은 전혀 다르다. 이건 내 돈을 내가 넣는 것이다. 회사 지원 없이 순전히 개인이 선택해서 가입한다.
개인연금저축도 두 종류가 있다. 연금보험(생명보험사)과 연금저축펀드(증권사)다. 연금보험은 보험사가 정해진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연금저축펀드는 내가 직접 펀드를 선택해서 운용한다.
지난 1월에 나는 연금저축펀드에 월 30만 원씩 넣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퇴직연금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고,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다고 해서다. 연금저축에 넣은 금액은 연 400만 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내 경우 월 30만 원이면 연 360만 원이니까 전액 공제 대상이다.
세액공제 비교
이 부분에서 두 연금의 가장 큰 차이가 나타난다.
퇴직연금은 세액공제가 없다. 회사가 이미 넣어준 돈이라서 세금 혜택이 없다. 대신 그 돈이 쌓일 때 세금을 뺀 후 들어온다는 뜻도 아니다. 순수하게 세금 혜택이 없을 뿐이다.
개인연금저축은 다르다. 연금보험이든 연금저축펀드든, 넣은 금액의 일부를 세금에서 빼준다. 연소득 5,500만 원 이하면 연금저축에 넣은 금액의 약 16%를 세액공제받는다. 월 30만 원을 넣으면 연 360만 원인데, 이 중 약 59만 원을 세금에서 공제받는다는 뜻이다.
내 경우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150만 원을 넣었고, 올해 세금신고에서 약 25만 원을 돌려받을 예정이다. 이건 실제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다.
수수료 비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저축은 운용 수수료도 다르다.
퇴직연금은 운용사를 선택할 수 있는데, 운용사마다 수수료가 다르다. 보통 연 약 0%에서 약 0% 정도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3개 운용사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가장 저렴한 곳이 연 약 0%였다. 월 26만 원이 쌓이는 입장에서 이 수수료는 무시할 수 없다.
개인연금저축펀드는 펀드마다 수수료가 다르다. 저비용 펀드는 연 약 0% 정도지만, 일반 펀드는 연 약 0%에서 약 1%까지 간다. 나는 저비용 펀드 3개를 조합했는데, 평균 수수료가 연 약 0% 정도다.
개인연금저축펀드가 수수료 면에서 조금 유리했다. 하지만 이건 펀드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중도인출 조건
급할 때 돈이 필요하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도 차이가 크다.
퇴직연금은 원칙적으로 중도인출이 불가능하다. 다만 예외가 있다. 질병으로 치료비가 필요하거나, 전월세 보증금이 필요하거나, 실직 상태에서 생활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인출할 수 있다. 내가 알기론 보통 최대 인출액의 70% 정도까지만 가능하다.
개인연금저축은 더 엄격하다. 중도인출이 거의 불가능하다. 질병 치료비 같은 매우 제한된 경우에만 가능하고, 그것도 어려운 편이다. 대신 대출은 가능하다. 계좌 잔액의 80% 정도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금리는 연 3% 정도다.
이 부분에서는 퇴직연금이 조금 더 유연하다고 할 수 있다.
수령 시점과 세금
두 연금을 받을 때도 차이가 있다.
퇴직연금은 퇴직할 때 한 번에 받거나, 분할로 받을 수 있다. 받을 때 세금이 붙는데, 퇴직소득세라고 불린다. 퇴직금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진다. 대략 5%에서 40% 사이다.
개인연금저축은 55세 이후부터 받을 수 있다. 그때부터 연금 형태로 받거나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다. 받을 때 연금소득세가 붙는데, 보통 약 3%에서 약 5% 정도다. 퇴직소득세보다 훨씬 낮다.
세금 측면에서는 개인연금저축이 유리하다. 같은 금액을 받더라도 세금을 덜 낸다.
내 선택은
6개월을 직접 관리하면서 느낀 결론은 이렇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주는 돈이니까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수수료가 낮은 운용사를 선택하고, 펀드 배분도 신경 써야 한다. 내 경우 안전자산 30%, 국내펀드 40%, 해외펀드 30%로 배분했다.
개인연금저축은 퇴직연금의 부족분을 채우는 용도다. 월 30만 원 정도면 무리가 없고, 세액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만 55세까지는 건드릴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 다 있으면 좋지만,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퇴직연금을 먼저 챙기고, 여유가 있으면 개인연금저축을 추가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