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중도인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이유
작년 11월에 회사 퇴직금으로 IRP 계좌를 만들었다. 그 이후로 월급의 10%를 추가로 넣기 시작했는데,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내가 만든 그 계좌에서 돈을 뺄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은행 적금처럼 아무때나 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연금 계좌는 규칙이 완전히 달랐다.
연금 계좌를 만들 때 이런 착각을 한다. 그래서 이번에 정리해 보기로 했다. 어떤 연금은 중도인출이 가능하고, 어떤 연금은 불가능한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지 말이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인출 조건이 완전히 다릅니다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다. 이 둘은 법적으로 취급받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퇴직연금은 회사에서 받는 퇴직금을 연금 계좌에 옮긴 것이다. 이것은 근로자 보호 차원에서 만들어진 제도라서 중도인출 조건이 매우 엄격하다.
기본적으로 55세 이전에는 인출이 불가능하다. 다만 몇 가지 예외가 있다.
생활이 어려워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경우, 의료비나 교육비 같은 긴급 자금이 필요한 경우, 그리고 퇴직 후 재취업 기간 중 생활비가 필요한 경우 정도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증명 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인출액이 제한된다.
개인연금은 본인이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이다. 이것은 개인의 자산이라는 성격이 더 강해서 중도인출이 좀 더 자유로운 편이다.
연금저축펀드나 연금저축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55세부터 인출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 미만에 인출하면 세금이 많이 빠져나간다.
국세청에서 약 16%의 이익소득세를 떼어가는데, 여기에 지방소득세까지 더해지면 약 18% 정도가 사라진다.
내 경우 IRP에 추가로 넣은 돈은 개인연금 성격이라서 좀 더 유연할 줄 알았는데, 역시 정해진 규칙이 있었다.
연금저축펀드, 가장 현실적인 중도인출 방법
그렇다면 정말로 중도인출이 가능한 연금은 뭘까. 가장 현실적인 것이 연금저축펀드다.
연금저축펀드는 5년 이상 유지했다면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다. 세금이 붙긴 하지만, 10년 미만 인출할 때보다는 훨씬 적다.
5년 이상 10년 미만이면 약 11% 정도의 세금이 붙는다. 이 정도면 긴급한 상황에서 고려할 만하다.
내 친구는 지난해 4월에 연금저축펀드 300만 원을 인출했다. 차량 수리비가 갑자기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270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충분히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연금저축펀드에서 인출하면 그 이후로 다시 납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번 빼낸 돈을 다시 넣으려면 새로운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인출하는 게 좋다.
연금보험은 중도인출이 아니라 대출로 생각하세요
연금보험은 조금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중도인출이 아니라 중도 해약이기 때문이다. 해약하면 납입한 금액보다 적은 해약환급금을 받게 된다. 보험사가 운영 비용과 초기 수수료를 떼어가기 때문이다.
가입 후 1년 안에 해약하면 납입금의 70% 정도만 돌려받는 경우가 많다. 3년 정도 지나면 85% 정도, 5년 정도 지나면 95%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손실이 크기 때문에 연금보험은 중도에 빼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대신 많은 보험사에서 중도 대출 기능을 제공한다.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해서 필요한 금액을 빌리는 방식이다. 이자는 연 3~4% 정도 수준이고, 나중에 천천히 상환할 수 있다.
IRP는 퇴직금이냐 추가 납입이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IRP 계좌는 좀 더 복잡하다. 퇴직금으로 들어온 돈과 내가 추가로 넣은 돈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퇴직금으로 들어온 부분은 기본적으로 55세까지 건드릴 수 없다. 다만 내가 추가로 납입한 부분은 5년 이상 유지했다면 인출할 수 있다. 은행 시스템상 구분이 되어 있어서, 인출할 때 어느 부분을 빼는지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이 점 때문에 처음에 혼동했다. 전체 계좌에서 못 빼는 줄 알았는데, 내가 납입한 부분만 따로 빼낼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2월에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추가 납입분 200만 원을 인출했다. 세금을 떼고 받은 금액은 약 178만 원이었다. 그 후로도 계속 매달 50만 원씩 넣고 있다. 언제든 필요하면 빼낼 수 있다는 생각이 심리적으로 편했다.
세금 계산, 반드시 미리 알아두세요
연금에서 돈을 빼낼 때 빠지는 세금은 생각보다 크다. 이익에 대해 약 16%의 이익소득세가 붙는데,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까지 더해지면 약 18% 정도다. 100만 원을 인출했는데 수익이 20만 원이었다면, 그 20만 원에서 약 3만 6천 원이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5년 이상 유지했다면 이 세금이 줄어든다. 연금저축펀드나 IRP 추가 납입분의 경우 5년 이상 유지하면 약 11% 정도의 세금만 붙는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더욱 줄어든다. 이것이 바로 연금 계좌를 오래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미리 계획하는 것입니다
연금 중도인출은 가능하지만, 모든 연금이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퇴직연금은 정말 어려울 때만, 개인연금은 조금 더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세금이 붙고, 장기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여유 자금으로 연금을 만드는 게 가장 좋다. 월급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금액만 넣고, 그 돈은 손대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내가 작년 11월 이후로 배운 가장 큰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연금은 결국 미래의 나를 위한 약속이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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