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배분이 노후를 결정한다, 50대가 실제로 선택한 포트폴리오

자산 배분이 노후를 결정한다

작년 봄, 오피스텔 월세로 살던 내가 처음 자산을 정리해봤다. 통장 잔액 7800만 원, 펀드 3200만 원, 연금계좌 2100만 원.

Hallway leading to a bright office with artwork
Photo by FlippingBook / unsplash

합쳐도 1억 3천만 원이었다. 같은 나이 동료들은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월세를 내고 있었다.

그날 밤 엑셀을 켜고 앞으로 15년간 월급에서 얼마씩 떼어내야 하는지 계산했다. 월 120만 원.

그게 현실적일까, 아닐까.

노후자산관리는 결국 자산 배분이다. 어떤 상품에 얼마씩 넣느냐에 따라 10년 뒤 통장 잔액이 완전히 달라진다. 올해 50대에 접어든 사람들이 실제로 선택한 포트폴리오 5가지를 정리해봤다.

안정형 포트폴리오, 월 150만 원 저축하는 공무원

연금 수령까지 13년이 남았다. 그가 선택한 자산 배분은 이렇다. 국민연금 매달 자동 납입(월 약 90만 원), 개인연금저축 월 60만 원, 정기예금 월 30만 원. 합쳐서 월 180만 원을 저축한다.

그가 가장 중시한 건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펀드는 한 푼도 안 샀다. 대신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저축(세액공제로 연 240만 원 돌려받음)으로 기본을 다지고, 나머지는 모두 예금으로 묶었다. 현재 개인연금저축 잔액은 1800만 원, 정기예금은 2400만 원.

그의 논리는 단순했다. “13년 뒤 필요한 금액이 정해져 있으면, 그 금액을 확실하게 만드는 게 최선이다.” 올해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이 월 210만 원이니, 개인연금저축 월 60만 원으로 추가로 월 100만 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합치면 월 310만 원. 현재 생활비가 월 180만 원이니 충분하다는 계산이었다.

공격형 포트폴리오, ETF에 월 80만 원 넣는 직장인

그는 공무원 A씨와 정반대를 선택했다. 국민연금은 당연히 내지만, 나머지는 모두 펀드와 ETF에 넣는다. 월급 240만 원 중 월 80만 원을 미국 S&P500 ETF에 자동이체한다.

그가 처음 이 방식을 시작한 건 3년 전이었다. 당시 S&P500 ETF 가격은 주당 약 3만 5천 원대였다. 3년 동안 매달 80만 원씩 넣으니 약 2880만 원을 투입했는데, 현재 평가액은 3400만 원이다. 수익률은 약 18%. “예금에 묶어놨으면 이자가 겨우 300만 원 정도였을 텐데.” 그가 웃으며 말했다.

다만 그도 완전히 공격적이진 않다. 국민연금 외에 연금저축펀드로 월 40만 원을 추가로 넣는다.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다. 올해 세액공제로 약 96만 원을 돌려받을 예정이다.

혼합형 포트폴리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섞는 자영업자

그의 자산 구성은 가장 복잡했다. 보유한 상가 건물 1채(평가액 4억 5천만 원, 월세 수입 월 180만 원), 연금저축펀드 2500만 원, 일반 펀드 1800만 원, 예금 800만 원. 총자산 약 5억 2천만 원.

그는 월세 수입 중 월 50만 원을 연금저축펀드에, 월 30만 원을 일반 펀드에 넣는다. 나머지는 생활비와 건물 유지비로 쓴다. “부동산이 있으니까 금융자산은 공격적으로 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가 설명했다.

그의 전략은 인플레이션 대비였다. 상가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오르고, 월세도 매년 3~5% 올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금융자산도 함께 성장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65세 이후 월세 수입 월 180만 원과 국민연금 월 140만 원, 연금저축펀드 인출액 월 80만 원을 합치면 월 400만 원 정도가 된다는 계산이다.

보수형 포트폴리오, 채권 비중을 높이는 은퇴 직전 직장인

은퇴가 4년 남았다. 그의 포트폴리오는 급격하게 보수적으로 변했다. 2년 전만 해도 주식형 펀드에 월 100만 원을 넣었지만, 지금은 채권형 펀드와 예금에만 넣는다.

현재 자산 구성: 채권형 펀드 3200만 원, 정기예금 2800만 원, 연금저축펀드 1900만 원, 주식형 펀드 800만 원(예전에 넣은 것). 매달 월 120만 원을 저축하는데, 월 70만 원은 정기예금에, 월 50만 원은 채권형 펀드에 넣는다.

“4년 뒤에 돈이 필요한데, 지금 주식에 넣었다가 시장이 안 좋으면 손절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의 설명이 명확했다.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변동성이 큰 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게 기본이라는 것. 현재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약 약 3% 정도지만, 그는 만족했다. “잃지 않는 게 최고다.”

균형형 포트폴리오, 6:4 비율로 나누는 중간 관리자

정확히 은퇴 15년 전이다. 그가 선택한 자산 배분은 6:4였다. 안정자산 60%, 성장자산 40%.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국민연금 월 자동 납입(약 90만 원), 개인연금저축 월 60만 원(안정자산), 미국 S&P500 ETF 월 40만 원, 신흥국 펀드 월 30만 원(성장자산). 정기예금 월 30만 원(안정자산). 합쳐서 월 250만 원을 저축한다.

그의 논리는 “지금은 시간이 있으니까 성장자산 비중을 높일 수 있지만, 너무 높으면 심리적으로 힘들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2년 전 시장이 안 좋아졌을 때 성장자산이 30% 떨어졌는데, 그걸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 비율을 조정했다. 현재 성장자산 평가액은 약 1600만 원, 안정자산은 약 2400만 원이다.

자산 배분은 성격이다

다섯 명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느낀 건, 정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A씨의 안정형이 맞을 수도 있고, B씨의 공격형이 맞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자기가 버틸 수 있는 수준의 변동성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내 경우는 어디에 가까울까. 올해 나는 월 120만 원 저축을 목표로 잡았다. 월 70만 원은 국민연금과 연금저축펀드에, 월 50만 원은 S&P500 ETF에 넣기로 했다. 공무원도 아니고, 자영업자도 아니고, 은퇴도 아직 멀었으니까. 그 사이 어딘가에 내 포트폴리오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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