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부모님 댁에 갔을 때 아버지가 우연히 주택연금 안내장을 보여주셨다. 서울 강남의 낡은 빌라인데 시세가 6억 대였다.
“이걸 팔아서 월세 사는 게 낫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그게 아니라”며 한숨을 쉬셨다. 그 대화가 계기가 되어 주택연금과 자산 매각을 직접 비교해봤다.
같은 상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세금, 월급 규모, 심리적 부담이 완전히 달랐다.
왜 선택이 이렇게 갈리는가
주택연금이 나온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많은 60대가 헷갈려한다. “집을 팔면 월세를 내야 하고, 주택연금은 이자를 내야 한다”는 단순 비교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세금, 월급 규모,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의 정도, 자식에게 물려줄 의도 등이 섞여 있다.

내가 아버지 상황으로 계산해본 것은 이렇다. 집값 6억 원, 국민연금 월 150만 원,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이 유일한 자산이라는 가정이었다.
주택연금, 집에 계속 살면서 월급을 받는 방식
주택연금의 핵심은 집을 담보로 매달 돈을 받는 것이다. 은행에서 정기적으로 계약금을 입금해주고, 사망 후 집을 팔아서 빚을 갚는 구조다.
아버지 집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월 250만 원에서 280만 원 사이의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국민연금 150만 원과 합치면 월 400만 원에서 430만 원이 되는 셈이다. 지금 월세나 전세로 나갔다면 월 70만 원에서 100만 원을 월세로 내야 하니 실제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300만 원대가 된다.
주택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집에 계속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40년을 살아온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으셨다. 병원도 알고 있고, 이웃들도 있고, 장을 보는 길도 익숙하다. 이런 것들이 돈으로 계산되지 않지만 60대 이후의 삶에는 매우 중요하다.
단점도 명확하다. 주택연금은 이자가 붙는다. 2026년 기준 연 약 4% 정도의 이자가 발생한다. 20년을 받으면 이자만 8천만 원에서 1억을 넘는다. 사망 후 상속인이 받는 집값에서 그 이자가 빠진다. 자식에게 온전한 자산을 물려주고 싶다면 이건 손실이다.
자산 매각, 목돈을 받고 월세 생활로 전환
집을 팔면 6억 원을 한 번에 받는다. 세금을 빼면 실제로는 5억 8천만 원 정도가 된다. 양도소득세는 거주 기간이 2년 이상이면 대부분 비과세가 되지만, 취득세나 중개수수료 같은 부대비용이 1천만 원에서 1500만 원 정도 들기 때문이다.
그 돈으로 월세 전환세를 드리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서울 강남에서 비슷한 조건의 월세가 월 7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다. 5억 8천만 원을 정기예금에 넣으면 연 약 3% 정도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월 약 170만 원이다. 월세 (시점·지역별 다름)을 빼면 월 70만 원이 추가로 생긴다. 국민연금 150만 원과 합치면 월 220만 원이 된다.
이렇게 보면 주택연금이 더 유리해 보인다. 월 400만 원 vs 월 220만 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놓친 게 있다.
자산 매각의 가장 큰 장점은 목돈의 유연성이다. 의료비가 갑자기 필요하면 정기예금을 깨면 된다. 자식이 도움을 청하면 줄 수 있다. 요양원비가 필요하면 그걸로 충당할 수 있다. 주택연금은 매달 정해진 금액만 받으니 급할 때 대응이 어렵다.
단점은 심리적 부담이다. 40년을 살아온 집을 떠나야 한다. 이사 스트레스도 있고,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60대 후반이면 이런 변화가 신체와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선택하는 기준
아버지는 결국 주택연금을 신청하기로 했다. “월 250만 원이면 충분하고, 여기서 계속 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세금과 이자를 계산해도 심리적 안정감이 더 컸던 것 같다.
하지만 이웃 어르신은 다른 선택을 했다. 자식들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면 차라리 자식 근처로 이사 가는 게 낫다고 판단하신 것이다. 목돈 5억 8천만 원으로 자식 도시에서 전세나 월세를 구하고, 정기예금 이자로 생활하는 게 심리적으로 더 편하셨다고 했다.
결국 정답은 “숫자”가 아니라 “현재 상황”이다. 혼자 살고 있는지, 자식들과 떨어져 있는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앞으로 5년을 더 현재 집에서 살고 싶은지. 이런 질문들에 답하면 선택이 자동으로 나온다.
월 400만 원이 좋아 보여도 집을 떠나기 싫으면 주택연금이다. 월 220만 원이어도 목돈의 유연성이 중요하면 자산 매각이다. 세금과 이자를 비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60대 이후의 삶을 어떻게 보낼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그 대화에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