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가 뭔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지난해 회사에서 퇴직금 관련 설명회를 했을 때, 인사팀이 “IRP 계좌를 꼭 만드세요”라고만 반복했다. 그때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몰랐다. 퇴직금을 받으면 그냥 통장에 들어오는 줄 알았거든. 실제로는 그게 아니었다.
IRP는 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다. 회사에서 퇴직금을 주기로 했다면, 그 돈이 들어올 통장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 은행 통장에 직접 입금되는 게 아니라, 증권사나 은행의 IRP 전용 계좌로 간다. 그리고 그 돈을 어떻게 굴릴지 직접 결정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금 혜택이다. IRP 계좌에 들어온 돈은 5년 이상 묵혀 있으면 연금소득세 3.3~약 5%만 내면 된다. 그냥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가 더 많이 나간다.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40%대까지 간다.
개설할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할 것
IRP 계좌를 어디에 만들지가 첫 번째 결정이다. 증권사, 은행, 보험사 중에서 고르는데, 각각 특징이 다르다.
증권사 IRP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수수료가 낮은 편이고, 선택지가 가장 많다. 내가 만든 건 대형 증권사 IRP였는데, 월 2만 원 정도의 관리비만 내면 된다. 펀드 수수료는 별도지만, 대부분 0.5~1% 수준이다.
은행 IRP는 정기예금이나 적금처럼 운영할 수 있다.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다. 지난 3년간 은행 IRP 금리는 연 3~4% 정도였다. 펀드보다 변동성이 없으니, 나이가 많거나 보수적인 사람에게 맞다.
보험사 IRP는 변액보험 상품을 주로 판다. 수수료가 가장 높은 편이고, 복잡한 구조가 많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피하는 게 낫다.
선택 기준은 간단하다. 투자할 생각이 있으면 증권사, 안정성만 원하면 은행이다.
개설 후 꼭 해야 할 것들
계좌를 만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실제로 돈이 들어오기 전에 준비할 게 있다.
첫 번째는 펀드 선택이다. 증권사 IRP를 만들었다면, 어떤 펀드에 돈을 넣을지 미리 정해놔야 한다.
가장 무난한 선택은 타겟데이트펀드다. 은퇴 연도를 정하면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해준다.
예를 들어 2050년 은퇴 목표면, 지금은 주식 80%, 채권 20%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보수적으로 바뀐다. 수수료는 연 0.8~약 1% 정도다.
두 번째는 세액공제 신청이다. IRP에 매년 넣을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다. 2026년 기준으로 근로자는 연 1,800만 원까지 넣을 수 있고, 그 중 일부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과 합쳐서 연 900만 원까지는 약 16% 세액공제를 받는다. 월 75만 원 정도면 연 900만 원이 된다.
세 번째는 자동이체 설정이다. 매달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넣도록 해놓으면, 까먹을 일이 없다. 나는 월 60만 원을 자동이체로 설정했다. 그러면 연 720만 원이 들어가고, 세액공제 대상은 연 180만 원 정도가 된다.
실제로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
IRP를 만들고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처음 생각과 다른 부분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수익률이 생각보다 들쭉날쭉하다는 것이다. 펀드에 투자하면 매달 수익률이 변한다. 처음 3개월은 +5% 정도였는데, 그 다음 달에는 -2%가 됐다. 이걸 보고 불안해서 자주 들여다봤는데, 그럴수록 스트레스만 받는다. 결국 6개월마다 한 번씩만 확인하기로 했다.
두 번째는 세액공제가 생각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월 60만 원을 넣으면서 연말정산을 했을 때, 세액공제로 돌려받은 금액이 약 30만 원이었다. 그러면 실제 부담액은 월 50만 원 정도인 셈이다. 같은 돈을 쓰면서 노후자금도 준비하고 세금도 줄이는 효과가 난다.
세 번째는 중도인출이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IRP는 기본적으로 55세 이후에 찾을 수 있다. 그 전에 꺼내려면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인정받기 어렵다. 그래서 정말 여유 자금만 넣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사항
IRP 계좌를 만들 때 자주 놓치는 부분들이 있다.
첫 번째는 수수료 비교다. 증권사마다 관리비가 다르다. 어떤 곳은 월 1만 원, 어떤 곳은 월 3만 원이다. 30년을 묵혀 있다면 수수료 차이가 꽤 크다. 펀드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같은 종류의 펀드라도 수수료가 0.5~약 1% 차이 난다.
두 번째는 자신의 위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젊으면 공격적으로, 나이가 많으면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회사에서 IRP 설명회를 할 때 이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정기적으로 자산 배분을 점검하는 것이다. 처음에 주식 70%, 채권 30%으로 맞춰놨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주식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다시 맞춰주는 게 좋다.
IRP 계좌는 장기전이다. 지금 당장 수익률을 보고 흔들릴 필요는 없다. 꾸준히 넣고, 오랫동안 묵혀 있으면, 나중에 생각보다 많은 금액이 모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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