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통장에 들어온 그 날
지난해 9월 말, 회사를 그만뒀다. 15년 다닌 직장이었다. 퇴직금은 세금 떼고 약 4,200만 원이었다. 그 돈이 통장에 들어온 10월 초,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제 월급이 안 나온다는 것. 그리고 연금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도.

조기퇴직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퇴직금만 받으면 끝이 아니었다. 국민연금, 개인연금, IRP 계좌, 세금 신고까지. 그 과정에서 내가 놓친 게 뭔지, 챙겨야 할 게 뭔지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첫 주, 국민연금 ‘일시금’ vs ‘연금’ 선택
퇴직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국민연금공단 방문이었다. 10월 초, 동네 지사에 가서 상담을 받으니 선택지가 두 개였다. 지금까지 낸 국민연금을 일시금으로 받거나, 60세부터 월급처럼 받거나.
내 경우 국민연금 납입 기간이 약 14년이었다. 일시금으로 받으면 세금 떼고 약 1,800만 원 정도였다. 반면 60세부터 월 약 8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상담사는 ‘아직 어리니 연금으로 받는 게 낫다’고 했지만, 내 상황은 달랐다. 지금 당장 생활비가 필요했다. 결국 일시금 신청을 했다. 약 2주 뒤 계좌에 들어왔다.
두 번째 주, 퇴직연금(IRP) 계좌 개설
국민연금 다음은 퇴직연금이었다.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 4,200만 원은 IRP 계좌로 자동 이체되지 않는다. 내가 직접 계좌를 만들고 옮겨야 한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할 수 있는데, 나는 증권사를 선택했다. 투자 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IRP 계좌를 만드는 데 약 30분이 걸렸다. 신분증, 도장, 통장 사본만 있으면 됐다. 계좌 개설 직후 퇴직금 4,200만 원을 입금했다. 이 돈은 50세까지는 건드릴 수 없다. 단, 중도 인출이 필요하면 세금을 내고 뺄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IRP 계좌에 입금한 돈을 어떻게 운용할지도 정해야 했다. 나는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원금 보장 상품 50%, 채권형 펀드 30%, 주식형 펀드 20% 정도로 배분했다. 수수료는 연 약 0%~약 0% 정도였다.
한 달 뒤, 개인연금저축 추가 가입
퇴직 한 달이 지나면서 한 가지가 신경 쓰였다. 세금이었다. 일시금으로 받은 국민연금 1,800만 원, 퇴직금 4,200만 원. 이 돈들에 대한 세금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그 때 개인연금저축이 눈에 들어왔다. 연금저축에 월 50만 원씩 넣으면 연 600만 원을 세제혜택 받을 수 있다. 최대 세액공제는 월급이 있을 때와 다르지만, 조기퇴직자도 신청 가능했다. 나는 11월부터 개인연금저축을 시작했다. 수익률은 연 약 4% 정도인 펀드형을 골랐다.
세 달째, 세금 신고와 환급금
2026년 1월, 세금 신고 시즌이 왔다. 조기퇴직자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퇴직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을 모두 신고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세무사를 찾아갔다. 비용은 약 15만 원이었다.
신고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환급금이 약 280만 원이 나왔다. 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 계산, 개인연금저축 세액공제, 월세 공제 등이 합쳐져서였다. 2월 말에 환급금이 입금됐다. 이 돈은 당장의 생활비로 썼다.
정리하며 깨달은 것들
조기퇴직 후 연금을 받는 과정은 생각보다 여러 단계가 있었다. 국민연금 선택, 퇴직연금 계좌 개설, 개인연금저축 가입, 세금 신고. 각 단계마다 결정해야 할 것들이 있었고, 그 결정이 앞으로의 소득에 영향을 미쳤다.
가장 중요했던 건 ‘지금 필요한 돈’과 ‘미래를 위한 돈’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국민연금 일시금은 지금,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저축은 미래를 위해. 그렇게 분리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조기퇴직을 생각 중이라면 적어도 3개월 전부터 이런 절차들을 알아두길 권한다. 그래야 서둘러 결정하다가 실수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