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두 상품을 나란히 두고 봤는가
작년 가을, 시댁에 갔다가 식탁에서 어머님이 통장을 펼치셨다. 아버님 퇴직금이 1억 8천쯤 남아 있고, 집은 시세 6억 정도의 아파트 한 채.

어머님은 “이 돈을 어떻게 쪼개 써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날 저녁 식탁에서 두 시간 가까이 얘기가 오갔고, 결국 내가 다음 주말까지 정리해 보겠다고 떠안고 왔다.
집에 와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주택연금과 즉시연금이었다. 둘 다 “평생 매달 얼마씩 나오는” 구조라는 점은 같은데, 재원이 집이냐 현금이냐가 결정적으로 다르다.
그 다음 주, 동네 농협 상담창구와 한국주택금융공사 콜센터에 각각 전화를 걸어 같은 조건으로 견적을 받아봤다. 부모님이 두 분 다 만 67세라고 가정했고, 주택은 6억, 현금은 2억 기준으로 잡았다.
상담사 두 분이 알려준 숫자와 공사 홈페이지의 예상연금 조회 결과를 표로 정리하다 보니, 그제야 두 상품이 왜 그렇게 다른 결을 가지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어느 게 더 많이 나오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택연금 — 집을 쥐고 평생 받는다는 것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이 본인 소유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다. 6억짜리 아파트, 부부 중 어린 사람 기준 67세로 종신지급 정액형을 조회해보니 매달 대략 138만 원 정도가 나왔다.
집값이 올라도 받는 금액은 가입 당시로 고정되고, 반대로 떨어져도 줄지 않는다.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해도 동일한 금액이 남은 배우자에게 이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장점은 분명했다. 첫째,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산다. 둘째, 가입자가 모두 사망한 뒤 집을 처분해 연금 합계보다 집값이 남으면 그 차액은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반대로 모자라도 상속인에게 청구되지 않는다. 셋째, 재산세 일부 감면이 있다.
단점도 적지 않다. 우선 초기보증료가 주택가격의 약 약 1% 수준이고 매년 연보증료 약 0%가 잔액에 붙는다.
6억 주택이면 초기에만 900만 원 가까이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둘째, 가입 이후엔 집값이 크게 올라도 그 상승분을 본인이 누리기 어렵다.
셋째, 중도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연금에 이자, 보증료를 모두 토해내야 한다. 아버님이 “5년 뒤에 다른 동네로 옮기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셨을 때 가장 답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즉시연금 — 목돈을 굴려 매달 꺼내 쓰는 방식
즉시연금은 보험사에 목돈을 한 번에 맡기고, 다음 달부터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같은 67세 기준, 2억을 종신형으로 맡길 때 받는 월 수령액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대략 65만 원에서 75만 원 사이였다. 상속형(이자만 받고 원금은 사망 시 상속)으로 하면 매달 40만 원대로 줄어드는 대신 원금이 보존된다.
장점은 유연성이다. 종신형, 확정기간형, 상속형 중에 고를 수 있고, 부부형으로 묶을지 단독으로 할지도 선택지가 있다. 가입 후 10년이 지나면 비과세 요건을 채워 이자 부분에 세금이 붙지 않는 구조도 있다. 무엇보다 집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자녀에게 집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다는 의사가 강한 분들에겐 이 점이 컸다.
단점은 수익률이다. 공시이율이 대체로 연 2%대 후반에 머물러 있어 인플레이션을 따라가기 빠듯하다. 종신형은 일찍 사망하면 납입한 원금조차 다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한번 가입하면 중도해지 시 원금 손실이 크다. 어머님께 “2억을 맡기면 그 돈은 다시 꺼내 쓸 수 없다고 생각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리니 잠시 말이 없으셨다.
그래서 어떤 분께 어느 쪽이 맞는가
한 줄 비교를 해보면 이렇다. 매달 수령액 자체는 같은 재원 기준으로 주택연금이 더 높게 나온다.
6억 주택 138만 원과 2억 현금 70만 원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동일 6억을 현금으로 환산해 즉시연금에 넣었다고 가정해도 주택연금 쪽이 대략 20~30% 정도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인 추정이다. 대신 주택연금은 집이라는 자산을 사실상 묶어두는 결정이다.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고 자녀에게 집을 남기고 싶다면 즉시연금 쪽을 고려해볼 만하다. 반대로 집 한 채가 전 재산이고 자녀 상속보다 본인들의 생활 안정이 우선이라면 주택연금이 합리적인 선택지에 가깝다.
두 상품을 일부씩 섞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주택연금으로 기본 생활비를 깔고, 일부 현금을 즉시연금 상속형에 넣어 의료비 대비용 이자수입을 따로 떼어두는 식이다.
부모님께 보고드린 결론은 “두 분이 살고 계신 집에서 계속 거주하실 의사가 분명하다면 주택연금 비중을 좀 더 크게, 다만 현금 2억 중 1억 정도는 유동성으로 남기시라”는 권유였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었고, 결정은 결국 부모님 몫이었다.
다만 두 상품을 같은 표에 올려놓고 숫자로 비교해 본 한 시간이 막연한 불안을 꽤 줄여줬다는 건 분명했다. 가입 전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의 예상연금 조회와 가까운 보험사 두세 곳의 즉시연금 견적을 동시에 받아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