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에서 10만 원을 떼기로 결심한 날
2023년 11월, 월급이 나온 날 저는 은행 앱을 열어서 자동이체를 설정했습니다. 매달 10만 원. 별도의 통장으로 옮기는 것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이게 3년 뒤 통장에 어떤 변화를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한 선택이었거든요.

당시 저는 35세 직장인이었고,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계속 들었습니다. 하지만 월급에서 50만 원, 100만 원을 떼낼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10만 원이라는 금액을 골랐습니다. 커피 한두 잔을 포기하는 수준이니까요.
첫 3개월, 통장에 30만 원이 쌓이다
자동이체를 설정하고 나니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매달 월급이 나올 때마다 10만 원이 자동으로 빠져나갔는데, 생활에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처음 한 달은 ‘어? 이 정도면 괜찮네’라고 생각했고, 두 번째 달에는 이미 그 10만 원이 없는 생활에 적응해 있었습니다.
3개월 뒤, 그 별도 통장에는 30만 원이 모여 있었습니다. 금액 자체는 작지만 처음으로 ‘노후자금’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돈이 생겼다는 게 다르더라고요. 은행 앱을 열 때마다 그 통장을 먼저 확인하게 됐습니다.
6개월 뒤, 월 10만 원을 월 15만 원으로 올렸을 때
2026년 5월쯤, 저는 자동이체 금액을 15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처음 3개월간 월 10만 원으로 생활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 통장에는 이미 60만 원이 모여 있었고, 심리적으로 ‘이 정도면 계속 늘려도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월 10만 원과 월 15만 원의 차이는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한 끼 식사 비용 정도 차이였거든요. 하지만 통장에 모이는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6개월이 지났을 때는 총 120만 원이 모여 있었습니다.
1년 뒤, 처음으로 금융상품을 고려하기 시작
2026년 11월, 통장에 180만 원이 모여 있었습니다. 월 10만 원으로 시작했지만 6개월 뒤 월 15만 원으로 올렸으니까요. 이 정도 금액이 모이니까 이전과는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통장에 놔두기보다 어딘가에 운용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연금저축펀드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세제 혜택도 있고, 장기 운용을 전제로 하는 상품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180만 원 중 150만 원을 연금저축펀드에 옮겼고, 나머지 30만 원은 통장에 남겨뒀습니다. 비상금처럼요.
2년 뒤, 월 20만 원까지 올렸을 때
2026년 중반, 저는 자동이체를 다시 올렸습니다. 월 20만 원으로요. 이제 그 금액을 내는 것이 일상처럼 느껴졌습니다. 2년간 월급에서 꾸준히 빼내면서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거든요.
연금저축펀드에 넣어뒀던 150만 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동했습니다. 때론 160만 원이 되기도 했고, 150만 원으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변동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애초부터 장기 자금이라고 마음먹었으니까요. 통장에는 계속 월 20만 원씩 쌓이고 있었습니다.
3년 뒤, 통장에 무엇이 남았는가
2026년 6월 현재, 3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월 10만 원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월 20만 원을 떼어내고 있습니다. 계산해보니 총 4,320만 원을 모았습니다. 연금저축펀드에 들어간 150만 원을 제외하고도, 별도 통장과 입출금통장에 흩어져 있는 자금이 꽤 되더라고요.
가장 놀라웠던 건 금액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3년 전 저는 ‘월 10만 원 정도는 무의미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 작은 금액이 쌓여서 지금 제 노후를 생각할 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국민연금은 여전히 부족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부족하다’는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그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의 시작이 월 10만 원이었다는 게 신기합니다.
지금 시작하면 65세까지 얼마나 모일까
계산해보니 현재 35세부터 65세까지 월 20만 원씩 모으면 약 7,200만 원이 모입니다. 여기에 연금저축펀드나 IRP 같은 금융상품에 넣었을 때의 수익까지 고려하면 더 불어날 겁니다. 물론 이건 변수가 많습니다. 금리, 수익률, 중간에 인출해야 할 상황 같은 것들이요.
하지만 3년을 직접 경험해본 입장에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월 20만 원이 부담스럽다면 월 10만 원으로 시작하세요. 3개월, 6개월, 1년이 지나면서 그 금액이 자연스러워질 겁니다. 그리고 1년쯤 지났을 때 ‘이 정도면 조금 더 올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노후생활비 준비는 한 번에 큰 금액을 모으는 게 아닙니다. 작은 금액을 꾸준히 모으다가,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조금씩 올리는 방식입니다. 그 과정이 3년, 5년, 10년으로 이어지면 어느날 갑자기 ‘아, 이 정도면 나름 준비가 됐네’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