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에서 얼마나 빼야 하는지부터 막막했습니다
작년 가을, 회사 동료가 갑자기 물었다. “요즘 월급에서 얼마를 노후자금으로 빼고 있어?” 솔직하게 “별로 안 빼고 있다”고 답했는데, 그 대답이 자꾸 신경 쓰였다. 그 주말에 인터넷을 뒤져봤다. 어떤 글은 월급의 10%를 권했고, 어떤 글은 20%를 말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 알 수 없었다. 결국 스프레드시트를 켜서 내 상황에 맞춰 역산해보기로 했다.

65세에 필요한 생활비부터 거꾸로 계산하기
노후자금을 정하는 첫 번째 단계는 역발상이다. 지금 얼마를 저축할지 정하기 전에, 65세부터 80세까지 15년간 얼마가 필요한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 경우 월 200만 원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럼 15년간 총 3억 6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을 더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물가가 연 2~3% 올랐으니, 앞으로도 비슷할 거라 가정했다. 그럼 실제로 필요한 액수는 좀 더 커진다. 대략 4억 원 정도를 목표로 잡았다. 이게 내 기준점이 됐다.
현재 나이와 은퇴 시점으로 역산하기
지금 38세이고, 65세까지 27년이 남았다. 4억 원을 27년에 나누면 연 1,480만 원씩 모아야 한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123만 원 정도다. 내 월급이 350만 원이니, 약 35% 정도를 노후자금에 쏟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건 현실적이지 않다. 생활비, 아이들 교육비, 주택 관리비를 빼면 월 123만 원을 매달 저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국민연금과 직장연금이 얼마나 나올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다.
연금 수령액을 미리 추정해보기
국민연금공단 웹사이트에서 예상 수령액을 조회했다. 내 경우 65세부터 월 130만 원 정도가 나올 예정이었다. 여기에 직장연금(퇴직금 적립)으로 월 50만 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그럼 월 180만 원이 자동으로 들어온다는 뜻이다.
필요한 게 월 200만 원이라면, 부족분은 월 20만 원이다. 15년간 월 20만 원이면 총 3,600만 원이면 충분하다. 이제 계산이 간단해졌다. 27년 동안 3,600만 원을 모으려면 월 약 11만 원씩 저축하면 된다. 내 월급 350만 원의 3% 정도면 가능하다.
현실적인 저축률 정하기
처음 계산한 35%에서 3%로 확 줄어들었다. 국민연금과 직장연금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유를 두기 위해 월 20만 원(약 약 5%)을 목표로 잡기로 했다. 예상보다 더 많이 모으면 노후 생활의 질이 올라가고, 의료비나 예상 밖의 지출에 대비할 수 있다.
내 또래 직장인들과 얘기해보니, 대부분 월급의 3~10% 정도를 노후자금으로 빼고 있었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더 높아서 15~20% 정도였다. 그들은 국민연금이 직장인보다 적게 나오기 때문이다.
연령대별로 다시 정리해보니
30대 초반이면 월급의 3~5%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이 많으니 복리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월 100만 원을 30년 동안 연 4% 수익률로 모으면 약 7,500만 원이 된다.
40대 중반이면 월급의 8~12% 정도를 목표로 잡는 게 현실적이다. 이 나이대부터는 자녀 교육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니까다. 월 250만 원을 20년 동안 연 4% 수익률로 모으면 약 7,800만 원이 모인다.
50대라면 월급의 15~25% 정도는 노후자금으로 돌려야 한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으니,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월 400만 원을 15년 동안 연 4% 수익률로 모으면 약 8,000만 원이 모인다.
나에게 맞는 비율을 찾는 체크리스트
1.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먼저 조회했는가 — 국민연금공단 웹사이트나 앱에서 ‘나의 연금액 조회’를 해보자. 현재 가입 기간과 예상 수령액이 나온다. 이게 기본이다.
2. 직장연금(퇴직금)이 있는가 — 직장인이면 퇴직금 적립이 자동으로 되지만,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IRP 같은 개인 연금으로 대체해야 한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3. 현재 나이와 은퇴 시점의 간격이 얼마나 되는가 — 지금 35세이고 65세에 은퇴한다면 30년이 남았다. 이 기간이 길수록 월급의 낮은 비율로도 충분하다.
4. 노후에 필요한 월 생활비를 현실적으로 계산했는가 — 주택이 소유냐 전세냐에 따라 달라진다. 집이 있으면 월 150만 원, 없으면 월 250만 원 정도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5. 지금 월급에서 추가로 빼낼 여유가 있는가 —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를 빼고 남은 금액이 얼마인지 파악해야 한다. 무리한 목표는 6개월 안에 포기하게 된다.
6. 저축한 돈을 어디에 넣을 건가 — 적금, 펀드, ETF, 연금보험 등 선택지가 많다. 각각 세제 혜택과 수익률이 다르니, 나이와 위험 성향에 맞춰 골라야 한다.
7. 매년 저축 계획을 점검하고 있는가 — 월급이 오르거나 생활비가 줄어들면, 저축 비율도 함께 올려야 한다. 최소 1년에 한 번은 목표를 재계산해보자.
결국 지금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완벽한 계획을 기다리다 보면 시간만 흐른다. 지금 월급의 3%든 5%든 시작하는 게 맞다. 내 경우도 월 20만 원부터 시작했는데, 3개월 뒤에 월 30만 원으로 올렸다. 반년이 지나니 월 40만 원까지 늘었다. 처음부터 큰 금액을 목표로 하지 않아서 오히려 지속할 수 있었다. 노후자금은 한 번의 큰 결정이 아니라, 매달의 작은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