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회사 재정설계 상담사와 면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 제 노후자금 필요액을 구체적으로 들었는데, 생각보다 큰 숫자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로 몇 달간 직접 계산해보고 주변 사람들 이야기도 들으면서 깨달은 게 많았습니다. 이 글은 그 과정을 솔직하게 정리한 것입니다.
노후에 정말 필요한 자금 규모는 얼마일까
일반적으로 말하는 노후자금은 ‘월 생활비 × 은퇴 후 남은 수명’입니다. 저는 월 250만 원 정도를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 의료비, 여행, 취미활동 같은 것까지 포함해서요. 그렇게 하면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약 1억 2천만 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건 국민연금이 없을 때의 숫자입니다.

국민연금은 월 150만 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부족한 부분은 월 100만 원, 즉 연 1,200만 원입니다. 85세까지 산다면 약 4,800만 원이 더 필요한 셈이죠. 여기에 예상치 못한 의료비나 손자 결혼식 같은 것까지 고려하면 6,000만 원 정도가 현실적인 목표 같았습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정말 부족할까
국민연금을 믿지 못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하지만 현재 제도상 국민연금은 65세부터 평생 받는 것이 확정되어 있습니다. 지금 40대인 사람이 받을 때쯤 수령액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알 수 없지만, 완전히 없어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문제는 그 금액이 생활비 전부를 커버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2026년 현재 월 150만 원이면 솔직히 빠듯합니다. 특히 의료비가 늘어나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죠. 그래서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깔고, 그 위에 개인 자산을 쌓아가야 하는 겁니다.
퇴직금은 노후자금이 될 수 있을까
직장인이라면 퇴직금이 있을 겁니다. 회사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월급 1개월분 × 근무년수 정도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일한 기간으로 계산하면 약 5,000만 원 정도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돈을 모두 노후자금으로 쓸 수는 없습니다.
퇴직 후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의 생활비, 자녀 결혼식, 집 수리비 같은 것들이 생각보다 빨리 그 돈을 깎아먹거든요. 실제로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퇴직금 중 절반 이상을 5년 안에 써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퇴직금은 노후자금의 보충이 아니라 ‘과도기 자금’으로 생각하는 게 맞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얼마씩 모아야 할까
제 경우를 기준으로 계산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모은 게 약 8,000만 원이고, 목표가 6,000만 원의 추가 자금이라면, 앞으로 20년 동안 월 25만 원씩 모으면 됩니다. 연금저축펀드에 월 15만 원, 개인 적금에 월 10만 원 정도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이건 투자 수익이 없을 때의 계산입니다. 만약 연금저축펀드가 연 5% 정도로 불어난다면, 월 15만 원만 해도 20년 뒤에는 약 5,000만 원이 됩니다. 그렇다면 월 10만 원 정도만 모아도 충분할 수도 있다는 뜻이죠. 물론 이건 평균 수익률이고, 실제로는 변동이 있을 겁니다.
연금저축펀드와 개인연금보험, 뭘 선택할까
이 둘을 헷갈립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간단하게 말하면 연금저축펀드는 내가 투자 방향을 정하는 것이고, 개인연금보험은 보험사가 정해진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연금저축펀드는 수익이 클 수 있지만 손실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개인연금보험은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습니다. 2026년 현재 개인연금보험의 평균 수익률은 약 3% 정도입니다. 저는 둘을 섞어서 하기로 했습니다. 월 15만 원 중 10만 원은 펀드, 5만 원은 보험으로요.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을까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40대 중반에 시작하는 게 늦지 않냐고요. 제 답은 ‘늦었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입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60대에 더 큰 후회를 할 테니까요.
다만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30대에 시작했다면 월 15만 원으로 충분할 수도 있지만, 40대 중반이라면 월 30만 원 정도는 해야 목표 금액에 가까워질 겁니다. 그리고 그 돈이 없다면? 그럼 은퇴 시점을 조금 늦추거나, 노후 생활비를 조정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누구나 직면하는 현실입니다.
지난 3개월간 이 문제를 계속 생각하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노후자금이 완벽하게 준비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준비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의 차이가 은퇴 후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극명하게 나타난다는 것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