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만으로는 정말 모자란가
작년 여름, 통장을 정리하다가 깨달았다. 월급 450만 원 중에 실제로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것. 집세 120만 원, 식비 50만 원, 통신비·보험료 30만 원, 교통비 20만 원. 고정비만 해도 220만 원이 빠진다. 그럼 남은 230만 원으로 노후를 준비하라는 건가 싶었다. 그렇지 않다. 현실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금액을 찾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노후 자금은 월급의 10~15%’라는 말을 듣고 포기한다. 450만 원의 15%면 67만 원인데, 그 정도면 충분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계산이다. 실제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고정비를 줄이는 게 먼저다
노후 자금을 늘리려면 월급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월급은 당장 안 되니까 지출부터 본다. 내가 한 것도 이것이었다. 집세 120만 원은 이미 저렴한 편이지만, 보험료를 다시 봤다. 실손의료보험과 암보험을 동시에 들고 있었는데, 실제로 필요한 건 실손 하나였다. 암보험을 해지하니 월 8만 원이 나왔다.
구독 서비스도 정리했다. 영상 스트리밍 3개, 음악 서비스 2개. 한 달에 4만 원 정도였다. 이게 모이면 월 12만 원이다. 이렇게 되니 고정비가 208만 원으로 줄었다. 남은 여유가 242만 원이 되었다. 여기서 20만 원을 노후 자금으로 돌려도 생활에는 지장이 없었다.
20만 원을 어디에 둘 것인가
월 20만 원이면 연 240만 원이다. 30년이면 7,200만 원이다. 이건 수익 없이 순수 저축만 계산한 것이다. 여기에 평균 5% 수익률이 붙으면 총액은 약 1억 4,000만 원이 된다. 적지 않은 규모다.
처음에는 이 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정기예금을 생각했지만 금리가 3% 정도였다. 국채는 4% 초반, 펀드는 수익률이 불확실했다. 결국 선택한 건 개인연금저축이었다. 월 20만 원을 연금저축펀드에 넣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연 240만 원의 약 16%를 세액공제로 돌려받는다. 약 39만 원이다.
39만 원은 다시 별도 통장에 모았다. 이건 그다음 해 초에 추가 저축으로 돌린다. 결국 월 20만 원 투자가 월 23만 원 정도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세금을 활용하는 게 핵심
노후 자금을 모을 때 많은 사람이 놓치는 게 세금이다. 개인연금저축은 연 3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율이 15%라면 45만 원을 돌려받는다. 이건 공짜 돈이다.
국민연금 납부액도 마찬가지다.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지지만, 이것도 세액공제 대상이다. 월급 450만 원이라면 국민연금 보험료는 월 약 41만 원이다. 연 492만 원인데, 이 중 일부가 세액공제된다.
세금을 제대로 활용하면 실제로 자기 돈에서 빠져나가는 액수를 줄일 수 있다. 월 20만 원을 노후 자금으로 돌릴 때, 세액공제로 월 3만 원 정도를 돌려받으면 실제 부담은 17만 원이 된다.
투자 상품 선택은 신중하게
연금저축펀드를 고르는 건 생각보다 복잡하다. 수익률만 보면 안 된다. 작년 상반기에 수익률 (시점에 따라 다름)인 펀드를 골랐는데, 하반기에는 -2%를 기록했다. 변동성이 컸다.
결국 선택한 건 혼합형 펀드였다. 주식 40%, 채권 60% 정도의 구성이다. 수익률은 연 4~5% 정도지만, 변동성이 작다. 30년을 투자해야 하니까 안정성이 더 중요했다.
정기예금과 펀드를 섞는 방법도 있다. 월 20만 원 중 10만 원은 연금저축 정기예금(금리 약 3%), 10만 원은 연금저축펀드(목표 수익률 (시점에 따라 다름))로 나눴다. 전체 평균 수익률은 4% 정도가 된다.
5년 후 통장을 봤을 때
지난 5년간 월 20만 원씩 투자했다. 총 1,200만 원을 넣었다. 현재 통장 잔액은 1,285만 원이다. 수익이 85만 원이다. 연 약 1% 정도의 수익률인데, 이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안정적이었다. 통장이 줄어든 적이 없었다.
세액공제로 돌려받은 금액을 합치면 실제 효과는 더 크다. 5년간 약 195만 원을 세액공제로 받았다. 총 투자액 1,200만 원 중 195만 원은 세금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내가 낸 돈은 1,005만 원이다.
노후 자금은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
월 20만 원은 크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30년이 모이면 1억을 넘는다. 여기에 수익과 세액공제가 더해진다. 이게 노후 자금의 기본이 된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이다. 30대에 시작하는 것과 40대에 시작하는 것은 10년의 차이다. 10년의 복리는 작지 않다. 월 20만 원을 30대부터 시작하면 60세까지 30년이 모인다. 40대부터 시작하면 20년만 모인다. 그 차이는 약 3,000만 원이다.
고정비를 줄이고, 월급에서 떼어낼 수 있는 금액을 찾는 것. 그리고 그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는 것. 이게 가장 현실적인 노후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