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퇴직 통보받은 후 첫 3개월, 연금 수령을 미루면 안 되는 이유

예상 밖의 통보, 그 다음 결정

작년 10월, 회사에서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이 나왔다. 나는 47세, 근속 18년이었다. 퇴직금과 함께 받을 수 있는 선택지들이 적혀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이 연금 수령 시점이었다. 지금 받을 수도, 나중에 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 무슨 뜻인지 처음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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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Hillary Black / unsplash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얘기해보니 대부분 ‘일단 받을 수 있을 때 받자’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정말 맞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지금 받으면 세금, 나중에 받으면 이자

조기퇴직 후 연금을 받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퇴직 직후 일시금으로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IRP나 연금저축 계좌로 옮긴 뒤 나중에 나눠 받는 것이다.

내 경우 퇴직금이 약 1억 2천만 원이었다. 이 돈을 지금 당장 찾으면 세금이 얼마나 빠져나가는지 계산해봤다. 퇴직소득세는 누진세 구조인데, 1억 원대 일시금이면 대략 16~18% 정도가 세금으로 나간다. 내 경우 약 1천 8백만 원이 세금으로 빠질 예상이었다.

반면 IRP 계좌로 옮기면 당장의 세금 부담은 없다. 대신 그 돈이 3년, 5년, 10년 동안 어디에 묵혀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요즘 같은 금리 환경에서 IRP 계좌에 연 2.5~약 3% 정도 운용하면, 5년 뒤에는 약 1천 3백만 원대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세금 회피는 단기, 복리는 장기

세금을 줄이려고 지금 받으면 1천 8백만 원이 빠진다. 하지만 5년을 기다리면서 IRP에서 연 3% 정도 벌면, 세금 없이도 1천 3백만 원이 는다. 물론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 분할 수령세가 매년 3~5% 정도 나가지만, 일시금 세금보다는 훨씬 가볍다.

나는 지난 3개월간 세무사 상담을 두 번 받고, 은행 IRP 담당자와도 통화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47세에 퇴직했다면 60세까지 최소 13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그 기간 동안 세금 없이 복리로 불린 돈이 훨씬 크다는 뜻이었다.

조기퇴직 연금, 받을 때가 아니라 쌓을 때가 중요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퇴직금 1억 2천만 원을 IRP로 옮기고, 월 200만 원씩 생활비로 쓰면서 나머지는 연금저축펀드와 안정형 IRP 포트폴리오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연 3% 정도만 벌어도 13년 뒤 60세 때는 약 1억 6천만 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퇴직은 생각보다 빨리 온다. 그리고 그 다음 결정이 이후 10년의 노후를 크게 바꾼다. 세금을 아끼려고 지금 받는 것보다, 시간을 버는 쪽이 훨씬 현명하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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