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 계좌를 왜 지금 열었는가
작년 11월, 회사 재무담당자가 IRP 계좌 안내를 돌렸다. 퇴직금을 받을 때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당시엔 ‘아직 먼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2월, 부서 재편 공지가 떨어졌다. 3월 말 퇴직금을 받기로 했다.
그제야 IRP 계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은행 창구에 가서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지금 열어도 늦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 말에 그날 바로 신청했다.
개설 직후, 막혔던 부분들
IRP 계좌 개설 자체는 30분이면 끝났다. 신분증, 통장, 도장만 있으면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계좌를 만든 뒤 어디에 돈을 넣을지가 막혔다. 담당자는 “펀드나 예금 중에 고르시면 됩니다”라고만 했는데, 펀드가 몇십 개였다. 수수료 차이도 있고, 위험도도 다르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는 일단 예금으로 정했다. 금리가 연 약 2%였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IRP 계좌의 세금 우대 조건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퇴직금을 IRP에 넣으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건 맞는데, 언제 찾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55세 이후에 찾으면 분리과세가 되고, 그 전에 찾으면 일반 소득세가 붙는다고 했다. 내 나이가 아직 48세라 생각하니 복잡했다.
1주일 뒤, 첫 번째 변화
IRP 계좌를 만들고 일주일 뒤, 퇴직금 4,800만 원이 들어왔다. 계좌에 입금되는 순간 실감이 났다. 그 돈이 그냥 통장에 앉아 있으면 월 2만 원 정도의 이자만 붙는데, IRP 예금 약 2%면 월 8만 원이었다. 차이가 6만 원이었다. 3개월이면 18만 원이 더 불어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예금보다 펀드에 넣으면 더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은행 담당자는 “펀드는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했지만, 나는 이 돈을 당장 쓸 계획이 없었다. 앞으로 7년을 더 일할 예정이었다. 그럼 7년간 묵혀있을 돈인데, 예금만 고집할 이유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펀드 옵션을 다시 들었다.
1개월 뒤, 펀드로 옮기기
IRP 계좌 개설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나는 예금 4,800만 원 중 3,000만 원을 펀드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1,800만 원은 예금으로 두었다.
펀드는 “국내주식 50% + 해외주식 30% + 채권 20%” 비중의 혼합펀드를 골랐다. 수수료는 연 약 0%였다.
예금의 이자 약 2%에서 수수료 약 0%를 빼면 순 수익이 약 약 1%가 되는 셈이었다.
펀드로 옮긴 첫 주는 떨렸다. 주식 시장이 요동쳤고, 펀드 가격도 매일 달라졌다. 3,000만 원이 3,010만 원이 되었다가 2,995만 원이 되었다. 하지만 이건 단기 변동이라고 생각했다. 7년을 더 일할 건데, 1주일의 등락을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편했다.
3개월 뒤, 실제 수익과 깨달음
IRP 계좌를 만들고 정확히 3개월이 지났다. 예금 1,800만 원은 약 9만 원의 이자가 붙었다. 펀드 3,000만 원은 어떻게 됐을까. 시장이 좋아서 3,120만 원이 됐다. 3개월 동안 120만 원이 불어난 것이다. 수수료를 빼면 순수익은 약 110만 원 정도였다. 월 36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나온 셈이다.
예금만 고집했다면 3개월에 약 30만 원의 이자가 붙었을 것이다. 펀드로 옮긴 덕분에 80만 원을 더 벌었다. 물론 시장이 안 좋았으면 반대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7년이라는 시간 앞에서는 단기 변동이 그리 무섭지 않았다.
3개월을 지내며 깨달은 가장 큰 것은, IRP 계좌가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통장”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건 맞지만, 더 중요한 건 “돈을 불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55세까지 건드릴 수 없으니, 그 시간 동안 복리로 불어날 수 있다. 내가 55세가 될 때까지 앞으로 7년.
그 7년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지는 아직 모르지만, 지금 3개월의 변화만 봐도 충분히 기다릴 만하다고 생각한다.
IRP 계좌, 이렇게 시작하면 덜 헷갈린다
IRP 계좌를 개설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언제 열어야 하나”와 “뭘 사야 하나”다. 내 경험상 답은 간단하다. 퇴직금을 받기로 결정했다면, 그 즉시 열면 된다. 계좌를 미리 열어봐야 손해 볼 게 없다. 예금으로 둬도 일반 통장보다 이자가 낫고, 나중에 펀드로 옮길 수도 있으니까.
투자 상품 선택은 자신의 시간과 성향에 맞춰 정하면 된다. 55세까지 5년 이상 시간이 남아 있다면 펀드도 고려할 만하다. 수수료를 빼고도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수수료 약 0% 이상인 상품은 피하는 게 낫다. 수익을 먹어버린다.
가장 중요한 건, IRP 계좌를 만들었다면 그 돈을 그냥 두는 것이다. 55세 이전에 꺼내면 세금이 확 늘어난다. 내가 본 예시에서는 IRP에서 꺼낼 때와 일반 계좌에서 꺼낼 때 세금이 2배 가까이 났다. 그 정도면 충분히 기다릴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