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받을 때 예상한 노후자금은 부족했습니다
작년 가을,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그전까지는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월급이 380만 원이었으니 월 25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계산했거든요. 3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9억 원 정도면 충분하겠다는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퇴직금을 손에 쥐고 통장을 정리하면서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직장 다닐 때 월급에서 빠져나가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랐던 거죠.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퇴직연금 적립금. 월급 380만 원은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돈이 아니었던 겁니다.
퇴직 후 3개월, 실제 지출을 정리하니
지난 겨울부터 올봄까지 정확하게 통장을 추적했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자동이체되는 것들이 많아서 신경 쓸 일이 없었는데, 이제는 모든 게 내 책임이었습니다.
먼저 건강보험료가 깜짝 놀랐습니다. 직장에 있을 때는 회사가 절반을 내주고 나머지만 월급에서 빠졌는데, 퇴직 후 혼자 내야 하니 월 13만 원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국민연금 보험료는 월 9만 원대. 직장 다닐 때는 회사와 반반이었으니 실제 부담이 두 배 늘어난 셈입니다.
생활비는 예상보다 적게 들었습니다. 월 150만 원 정도면 충분했어요. 직장 다닐 때는 회사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시고, 퇴근 후 피로를 풀려고 외식을 자주 했는데, 이제는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밥도 직접 해 먹게 되니까요. 교통비도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 생겼습니다. 치과 임플란트를 해야 했고, 안경을 새로 맞춰야 했고, 오래된 에어컨을 교체했습니다. 월급 받을 때는 이런 큰 지출이 생기면 그냥 카드로 결제하고 나중에 월급에서 빼면 되는 식으로 대충 넘어갔는데, 이제는 통장의 돈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게 보입니다.
노후자금 계산, 실제로는 이렇게 해야 합니다
제 경우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월 생활비 150만 원에 건강보험료 13만 원, 국민연금 9만 원을 더하면 월 172만 원이 필요합니다. 직장 다닐 때 예상한 250만 원과는 꽤 다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3개월마다 치과나 안경점에 가는 식으로 예상 외 지출이 연 300만 원 정도 생겼습니다. 그러면 월 평균 지출은 197만 원이 되는 거죠. 여기에 집 수리비, 자동차 보험료 같은 것들도 있습니다.
지금 제 상황으로 계산하면 월 220만 원을 기준으로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30년을 산다고 가정하면 7억 9,200만 원이 필요합니다. 직장 다닐 때 생각한 9억 원과 비슷하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항목이 완전히 달랐던 거예요.
가장 중요한 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입니다. 제 국민연금은 예상으로 월 180만 원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퇴직연금은 연금으로 수령하기로 했는데 월 45만 원입니다. 그러면 월 225만 원이 자동으로 들어오는 거죠. 실제로 필요한 220만 원과 거의 비슷합니다.
이 말은 추가로 따로 모아야 할 자금이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건 제 경우고, 모두가 이 정도의 연금을 받지는 못합니다.
개인차가 크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난 3개월간 주변 사람들과 노후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50대 초반에 일찍 그만둔 지인은 월 생활비를 180만 원으로 잡고 있었고, 자영업을 하던 사람은 월 300만 원을 기준으로 잡고 있었습니다. 국민연금도 사람마다 달랐습니다. 월 120만 원부터 월 250만 원까지 편차가 컸거든요.
결국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개인의 직업, 소득, 가족 상황, 건강 상태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일반적인 공식은 참고만 하고, 자신의 실제 지출을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 3개월간 정확하게 통장을 기록한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예상이 아니라 실제 숫자를 봐야 앞으로 얼마가 필요한지 알 수 있거든요. 혹시 앞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한 달 정도는 모든 지출을 기록해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가장 정확한 계산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