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에 깨달은, 노후자금이 생각보다 빨리 줄어드는 이유

월급에서 빼낸 돈이 목표에 못 미치는 이유

작년 가을, 직장 후배와 카페에서 마주쳤다. 그 친구가 갑자기 “선배, 저 지금 월급에서 50만 원씩 빼고 있는데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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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충분하지.

꾸준히 해.” 그런데 그 말을 하고 나서 며칠 뒤 내 계좌를 다시 들여다봤다. 내가 지난 10년간 모은 노후자금이 생각보다 훨씬 천천히 늘고 있었다.

특히 지난 3년간은 거의 제자리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중요한 건 그 돈이 실제로 얼마나 불어나는지, 그리고 노후에 그 돈이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였다.

내가 놓쳤던 두 가지 계산

노후자금이 필요한 금액을 생각할 때 대부분 한 가지만 본다. “매달 생활비가 300만 원이면 30년을 살아야 하니까 10억 8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식의 계산이다. 맞는 말이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했다.

첫 번째 놓친 부분은 인플레이션이었다. 지금 30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20년 뒤에도 같은 금액으로 가능할까. 절대 아니다. 지난 10년간 물가가 평균 연 2% 정도 올랐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20년 뒤에는 월 300만 원으로는 지금의 60% 정도 수준의 생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같은 생활을 하려면 월 500만 원 정도가 필요해진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투자 수익률이다. 내가 지난 3년간 모은 돈이 거의 제자리였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나는 월 80만 원씩 저축했는데, 그 돈을 대부분 예금에 넣어뒀다. 금리가 연 2% 정도였으니까 수익은 거의 없었던 셈이다. 만약 같은 기간 연 5% 수익률의 상품에 투자했다면 지금 모은 금액이 15% 더 많았을 것이다. 3년이면 약 300만 원 차이다.

실제로 필요한 금액을 역산해보니

그래서 내가 직접 계산해봤다. 지금 월 300만 원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65세부터 85세까지 20년을 살아야 한다고 가정하자.

첫 5년(65~70세)은 인플레이션을 거의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연 3600만 원, 5년에 1억 8천만 원이면 된다. 하지만 그 다음 5년(70~75세)부터는 물가가 올라 있다. 연 44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5년에 2억 2천만 원이다. 75세 이후 10년은 더 높아진다. 연 5400만 원, 10년에 5억 4천만 원이 필요하다.

총합하면 약 10억 원이다. 내가 처음 계산했던 10억 8천만 원보다 800만 원 적지만, 여기에 의료비, 예상 밖의 지출을 고려하면 최소 11억 원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건 국민연금이나 퇴직금이 없다고 가정한 수치다.

월급에서 얼마를 빼야 현실적일까

내 후배가 월 50만 원을 저축한다고 했을 때, 나는 그걸 30년 동안 계속한다고 가정했다. 그러면 1억 8천만 원이다. 하지만 이건 투자 수익을 빼먹은 계산이다. 만약 그 돈을 연 4% 수익률로 운용한다면 30년 뒤에는 약 3억 원이 된다. 월 50만 원이 3억 원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월급에서 얼마를 빼야 할까. 현재 월급이 4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국민연금은 월 약 150만 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부족한 부분은 자신이 모은 돈으로 채워야 한다. 월 200만 원이 필요하다면, 국민연금 150만 원을 빼면 월 50만 원이 필요하다. 월급의 약 12%다.

하지만 이건 투자 수익이 연 4%일 때의 계산이다. 만약 예금처럼 연 2% 정도만 번다면 월 70만 원을 저축해야 한다. 월급의 약 17%다. 수익률이 낮을수록 더 많이 저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은 이유

내가 40대 중반에 이 계산을 하면서 느낀 건 약간의 불안감이었다. 이미 10년을 저축했는데, 수익률이 낮아서 거의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희망도 생겼다. 만약 지금부터 투자 전략을 바꾼다면 남은 20년 동안 훨씬 큰 수익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3개월간 예금에 있던 돈의 절반을 ETF로 옮겼다. 국내 주식 지수펀드와 해외 주식 지수펀드를 6:4로 섞었다. 3개월 뒤 수익률은 플러스 약 2%였다. 예금에 두었다면 약 0% 정도밖에 못 벌었을 것이다. 이 차이가 20년 동안 쌓이면 상당한 금액이 된다.

물론 주식은 변동성이 있다. 내 ETF도 한 달 뒤에는 마이너스가 됐다가 다시 플러스가 됐다. 하지만 20년의 시간 지평에서 보면 그런 단기 변동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꾸준히 투자하면서 장기 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다.

결국 지금 당신의 선택이 중요하다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생활 수준, 건강 상태, 가족 구성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 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20년, 30년 뒤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든다.

내 후배에게 몇 주 뒤 다시 만났을 때 더 정확한 조언을 해줬다. “월 50만 원을 저축하는 건 좋은데, 그 돈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해. 예금에 두면 30년에 2억 원, 펀드에 두면 3억 원이 된다. 그 차이가 노후 5년을 더 버티게 해준다.” 그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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