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서 사라지는 돈의 정체
작년 가을, 연금저축펀드 계좌를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지난 3년간 모은 자산이 약 1,200만 원인데,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을 계산해보니 세금이 생각보다 많이 빠져나가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중에 받을 때 세금 내면 되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미 곳곳에서 조용히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노후자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바로 이것이다. 자산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어느 단계에 세금이 붙는지 모르다가, 나중에 받을 때야 깨닫는 경우가 많다. 그 사이에 이미 상당한 금액이 세금으로 빠져나간 후다.
연금저축펀드, 가입할 때부터 세금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하면 첫 해에 세액공제를 받는다. 월 30만 원씩 납입하면 연 360만 원 기준으로 약 54만 원에서 72만 원 정도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펀드 안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도 세금이 붙는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펀드 수익률이 연 5% 정도라면, 1,000만 원에 50만 원의 이익이 생긴다. 이 50만 원에서 약 10만 원 정도가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수령 시점이다. 60세 이후에 받을 때 세금 구간이 달라진다. 일시금으로 받으면 기타소득세로 약 3%에서 약 5%가 붙고,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종합소득세 대상이 되어 세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
IRP 계좌, 세금 우대 조건을 놓치면 손해 본다
IRP는 연금저축펀드와 달리 세금 우대 기간이 정해져 있다. 55세 이후 5년 이상 보유하면 기타소득세 약 3%로 낮춰진다. 55세 미만이면 약 16%다. 무려 약 13%포인트 차이다.
지난 2월에 직장 동료와 대화하다가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 동료는 52세에 IRP를 개설했는데, 60세에 받을 계획이라고 했다. 계산해보니 3년을 더 기다리면 세금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다. 당장 필요한 자금이 아니라면, 세금 우대 조건을 맞추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국민연금, 받는 시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진다
국민연금은 공적연금이라 소득세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맞는 말이지만, 다른 소득이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민연금 월 200만 원을 받으면서 동시에 연금저축펀드에서 월 50만 원을 받는다면, 총 월 250만 원이 소득이 된다. 이 경우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 되고, 세율도 올라간다. 같은 금액을 받더라도 다른 소득의 유무에 따라 실제 세금이 크게 달라진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함께 받을 때 주의할 점
기초연금은 소득 기준이 있다. 2026년 기준으로 단독가구 월 213만 원 이하, 부부가구 월 34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득에는 국민연금도 포함된다.
국민연금이 월 180만 원이면, 기초연금 신청 시 소득으로 계산되어 기초연금 수급액이 줄어들거나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노후자산을 늘리려다가 정작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금을 고려한 자산 배분, 어떻게 할까
노후자산관리에서 세금을 최소화하려면 상품을 선택할 때부터 전략을 세워야 한다. 연금저축펀드, IRP, 개인투자용 계좌를 어떻게 섞을지 결정할 때 세금을 빼놓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저축할 계획이라면, 연금저축펀드 60만 원 + IRP 40만 원으로 나눌 수도 있다. 또는 55세 이후라면 IRP에 더 많이 넣어서 세금 우대 혜택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같은 금액을 저축하더라도 배분 방식에 따라 10년 뒤 세금 부담이 수백만 원 달라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를 생각하는 것이다. 지금 세액공제를 받는 것도 좋지만, 10년 뒤 20년 뒤 받을 때 세금이 얼마나 붙을지 먼저 계산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