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얼마면 충분할까, 직접 계산해본 후 바꾼 것들

노후자금 계산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지난해 10월, 친구 부모님 노후자산 상담을 함께 들었다. 금융 상담사가 제시한 숫자는 3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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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ohamed_hassan / pixabay

30년을 살아야 하니 월 850만 원 정도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부모님 통장을 보니 실제 월 생활비는 250만 원이었다.

같은 상담사 말로는 ‘예상 물가상승률 약 3%’를 반영했다고 했다. 결국 ‘충분한 여유’라는 이름으로 2배 이상의 자금을 목표로 잡은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내가 노후자금 계산할 때는 다르게 접근했다.

현재 생활비에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

노후자금 공식은 대부분 ‘평균 수명 × 월 생활비’로 단순하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월 생활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다.

지난 3개월간 내 통장 내역을 정리해보니 평균 월 지출이 185만 원이었다. 여기엔 용돈, 외식, 취미, 의류 등이 포함됐다.

반면 필수 지출만 따지면 월 120만 원 정도였다. 은행 금융상담사들이 권하는 ‘충분한 노후 생활비’는 보통 월 400만 원대인데, 이건 현재 중산층 생활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숫자다.

내 경우 지금도 월 185만 원으로 충분하니, 노후에도 비슷한 수준이면 괜찮을 거라고 봤다.

물가상승률은 신중하게 적용할 것

상담사들이 자주 쓰는 ‘연 약 3% 물가상승률’을 30년에 적용하면 현재 월 200만 원이 월 560만 원이 된다.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가파르지 않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실제 물가상승률은 연 1.8~약 2% 정도였다. 보수적으로 연 약 2%를 적용해도 월 200만 원은 30년 뒤 월 330만 원 수준이 된다.

약 3%와 약 2%의 차이는 20년 후 월 170만 원 정도의 격차를 만든다. 이건 무시할 수 없는 차이다.

내가 노후자금 목표를 정할 때는 역사적 평균인 약 2%를 기준으로 잡았다.

연금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그리고 조합 방법

올해 1월에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조회했다. 현재 가입 기준으로 65세부터 월 25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건 현재 물가 기준이고, 실제로는 매년 인상된다. 보수적으로 30년 뒤 월 350만 원 정도라고 가정하면, 내가 필요한 월 330만 원과 거의 비슷하다.

그렇다면 추가 자금은? 여기서 개인연금저축과 ETF가 필요하다.

월 30만 원을 연금저축펀드에 넣으면 35년간 약 1억 2,600만 원이 모인다. 세액공제 효과까지 고려하면 실제 납입액은 더 적어진다.

여기에 월 20만 원을 S&P 500 ETF에 넣으면 35년간 약 8,400만 원 정도 모인다. 65세에 이 두 자산을 합치면 약 2억 원이 된다.

이걸 월 100만 원씩 20년간 꺼내 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예상 밖의 비용, 미리 챙겨야 할 것

노후 생활비 계산에서 자주 빠지는 항목이 있다. 의료비가 그 중 하나다.

65세 이후 병원 방문 횟수는 현재의 3배 이상 늘어난다. 건강보험 혜택이 있어도 본인부담금은 월 30만 원 정도다.

치과, 안경, 보청기 같은 비급여 항목까지 고려하면 월 50만 원은 잡아야 한다. 또 주택 수리비도 무시할 수 없다.

30년 된 집의 보일러 교체, 방수 공사 같은 건 한 번에 500만 원대다. 이런 항목들을 따로 적립하는 게 좋다.

내 경우 월 15만 원을 의료·주택 예비비로 따로 모으고 있다.

실제로 필요한 노후자금, 내 결론

현재 월 185만 원을 쓰는 내가 30년 노후를 준비하려면? 국민연금 월 350만 원(현재 기준 월 250만 원 + 물가상승 반영)을 받으면, 추가로 필요한 금액은 월 0원이다.

오히려 남는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의료비, 손자 용돈, 여행 같은 여유 비용을 월 100만 원 정도 더 쓴다고 가정하면, 추가 자산은 약 1억 5,000만 원이면 충분하다.

이건 월 30만 원 연금저축 + 월 20만 원 ETF로 35년간 모으면 된다. 세액공제를 받으면 실제 납입액은 월 45만 원 정도다.

은행 상담사들이 권하는 3억 원의 절반도 안 된다. 차이는 뭘까.

나는 ‘현재 내 생활비’에서 시작했고, 그들은 ‘충분한 여유’라는 이름으로 2배를 더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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