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통지서를 받고 3주 동안 고민한 것
지난 2월, 회사에서 퇴직금 통지서를 받았다. 예상했던 금액보다 컸다.

한 번에 받을지, 연금처럼 나눠 받을지 선택하는 란이 있었다. 그날 저녁에 엑셀을 켜서 세금을 계산해봤다.
한 번에 받으면 세금이 얼마나 나올지, 매달 받으면 어떻게 달라질지. 3주 동안 은행과 증권사에 전화를 5번 했다.
같은 질문을 다르게 받는 답변들이 답답했다. 그제야 알았다.
이건 정답이 없다는 걸.
일시금 수령 vs 연금형 수령, 세금부터 다르다
조기퇴직을 하면 퇴직금을 받는데, 이걸 어떻게 가져갈지가 핵심이다. 일시금으로 한 번에 받거나, 연금저축이나 개인연금보험으로 옮겨서 매달 받는 방식이 있다.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가 붙는다. 2026년 기준 퇴직소득이 3억 원이면 세율이 약 16~17% 정도다. 내 경우 퇴직금이 2억 8천만 원이었는데, 세금으로 4천 5백만 원 정도가 나갔다. 손에 쥐는 돈은 2억 3천 5백만 원이었다.
반면 연금형으로 받으면 ‘연금소득세’가 적용된다. 이건 매달 받는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금액을 받더라도 분할하면 세율이 낮아진다. 예를 들어 월 150만 원씩 20년 받으면, 연금소득세는 약 3% 정도다. 일시금의 16~17%와 비교하면 훨씬 가볍다.
생활비로 매달 얼마가 필요한지가 분기점
세금이 적다고 무조건 연금형이 좋은 건 아니다. 본인의 생활비가 중요하다.
조기퇴직 후 월 생활비가 150만 원 이상이면 연금형이 유리하다. 매달 필요한 돈을 연금으로 받으면 세금도 적고, 남은 돈을 투자할 시간도 생긴다. 내 경우 월 140만 원 정도면 충분했다. 그래서 일시금 2억 3천 5백만 원 중 월 140만 원씩 받을 수 있도록 연금저축펀드에 1억 2천만 원을 옮겼다. 남은 1억 1천 5백만 원은 장기 투자용으로 뒀다.
반대로 월 생활비가 100만 원 이하면 어떻게 될까. 일시금으로 받아서 저축이나 정기예금에 넣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게 낫다. 왜냐하면 연금으로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세금을 한 번에 내고, 남은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운용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일시금과 연금형의 선택은 결국 ‘내가 이 돈을 잘 굴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다.
일시금으로 받으면 책임이 온전히 본인에게 있다. 2억 3천 5백만 원을 어디에 둘지, 어떻게 불릴지 결정해야 한다. 주식, 펀드, 채권, 예금 등 선택지가 많다. 내 경우 장기채권펀드 40%, ETF 40%, 예금 20%로 나눴다. 3개월마다 리밸런싱을 한다. 이건 시간이 걸린다.
반대로 연금형으로 받으면 매달 정해진 금액이 들어온다. 생활비 걱정이 적다. 다만 연금소득세를 매번 떼인다. 그리고 연금저축이나 개인연금보험은 55세 이전에 중도해지하면 세제 혜택을 다 잃는다. 유연성이 낮다.
결국 선택한 방식과 3개월 후
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했다. 일시금으로 받되, 일부를 연금으로 전환했다. 이렇게 하면 세금도 어느 정도 절감하고, 월 생활비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이 선택이 맞았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매달 140만 원이 정기적으로 들어오고, 나머지 돈으로 투자하면서 마음이 놓였다. 일시금으로 받았을 때 느꼈던 ‘이 돈을 언제까지 써야 하나’라는 불안감이 많이 줄었다. 조기퇴직은 선택이 아니라 상황이었지만, 그 다음의 선택은 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