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계산, 왜 자꾸 다른 숫자가 나올까
지난해 11월, 엄마와 통화 중에 “너희 세대는 노후자금으로 얼마나 모아야 한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대답을 못 했다. 찾아본 기사마다 다른 숫자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곳은 3억이라 하고, 어떤 곳은 5억이라 했다. 그 차이가 뭔지 궁금해서 직접 계산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는 지출 수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월 300만 원으로 살 사람과 월 500만 원으로 살 사람이 필요한 금액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직접 비교해봤다.
월 300만 원으로 살 때 vs 월 500만 원으로 살 때
먼저 기본 가정을 정했다. 65세부터 95세까지 30년을 산다고 가정하고, 국민연금은 월 150만 원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2026년 현재 평균 수령액이 그 정도기 때문이다.
월 300만 원 지출 시나리오를 먼저 보자. 매달 300만 원을 쓴다면 국민연금 150만 원을 제외하고 부족한 150만 원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30년간 필요한 금액은 150만 원 × 12개월 × 30년 = 5억 4천만 원이다. 이 정도면 적금과 펀드를 적절히 섞어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월 500만 원 지출 시나리오는 다르다. 국민연금 150만 원을 빼면 매달 350만 원이 부족하다. 30년간 필요한 금액은 350만 원 × 12개월 × 30년 = 12억 6천만 원이다. 이건 일반 직장인이 평생 모으기 어려운 금액이다.
차이가 얼마나 큰지 보이는가. 월 지출이 200만 원 차이날 뿐인데 필요한 노후자금이 7억 2천만 원이나 차이난다.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은 어디일까
작년 6월에 은퇴 계획을 세우는 직장인 선배를 만났다. 그 선배는 월 400만 원 수준으로 노후를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국민연금 150만 원을 받으면 250만 원이 부족한데, 30년간 필요한 금액을 계산하니 9억 원이었다. 선배는 “그럼 현실적으로 월 350만 원 정도로 조정해야겠다”고 했다. 그러면 필요한 금액이 7억 2천만 원으로 줄어든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은 월 350만 원에서 400만 원대다. 이 정도면 기본적인 생활비와 의료비, 여행 같은 소소한 여가도 누릴 수 있다. 필요한 자금은 대략 7억 원에서 9억 원 사이가 된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국민연금 월 150만 원이 충분해 보일까? 2026년 기준으로 서울 전세 관리비만 월 30만 원에서 50만 원대다. 여기에 식비, 의료비, 통신비, 보험료를 더하면 월 200만 원은 기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게 바로 개인연금, 퇴직연금, 개인 저축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연금은 기본 생활비의 60~70%만 커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머지 30~40%는 본인이 따로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시작하려면 얼마씩 모아야 할까
만약 지금이 35세이고 65세에 은퇴한다면 30년이 남았다. 월 350만 원 지출을 목표로 7억 2천만 원을 모아야 한다면, 국민연금 외에 필요한 금액은 5억 4천만 원이다.
이 금액을 30년에 걸쳐 모으려면 월 150만 원씩 저축해야 한다. 연금저축펀드에 월 15만 원, 퇴직연금에 월 100만 원, 개인 저축에 월 35만 원 정도를 배분하면 현실적이다. 물론 투자 수익이 나면 더 빨리 모을 수 있다.
하지만 35세가 아니라 45세라면? 남은 기간이 20년이다. 같은 금액을 모으려면 월 225만 원씩 저축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준비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내 상황에 맞는 목표를 정하기
결국 노후자금이 정확히 얼마나 필요한지는 “당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달려 있다. 검소하게 살 거면 5억 원대도 가능하고,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살고 싶으면 9억 원대를 준비해야 한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계산하는 것이다. 본인이 원하는 노후 지출 수준을 정하고, 국민연금으로 부족한 부분이 얼마인지 파악하고, 그걸 30년에 걸쳐 나눠서 모으면 된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노후 준비 방법이다.